(프리즘)`프리워크아웃` 땜방식 미봉책 우려 확산

"정부 기업 옥석가리기 의지 있나" 의구심↑
"시장을 통한 구조조정 이뤄져야 경제체질 강화"
  • 등록 2008-11-12 오후 2:30:31

    수정 2008-11-12 오후 3:09:29

[이데일리 정원석기자] 정부와 한나라당이 부실 징후가 있는 대기업에게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구조조정을 이끌어내는 이른바 `프리워크아웃(Pre-Work-Out)`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작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여당이 `금융불안의 실물전이 차단`이라는 명분에 집착해 우리 경제에 필요한 구조조정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시장 기능을 통해 걸러져야 할 한계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생명력을 지속하고, 그것이 되레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건설경기 부양책이 경기 부양에만 집중하고, 건설사 구조조정에는 소홀하다는 인상을 짙게 주고 있는 것도 이런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21 대책에서 미분양 아파트와 토지, 건설사 회사채 등을 매입하는 데 6조원 등을 투여키로 했지만, 그 반대급부인 건설사 구조조정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정부는 건설사들을 A~D까지 분류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D등급 회사는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이다.

실제로 도급순위 41위인 신성건설이 부도위기를 간신히 넘기기는 했지만, 회사채 만기 상환 금액을 갚지 못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다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우방건설이 속한 C&그룹이 워크아웃 신청설에 시달리고 있고, 대우자동차판매는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상환에 난항을 겪은 일로 곤욕을 치렀다.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가시화될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환부를 도려내는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이다.

오히려, 은행을 상대로 연일 중소기업 대출 등을 독려하는 것이 부실 건설사를 살리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정도다. 당정의 `프리 워크아웃` 추진도 이같은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팔목을 비틀어서 건설사를 살리려는 정부의 부양책이 얼마만큼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라며 "신용 리스크의 본질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건설사 부실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일시적인 부양책을 통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발상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지금의 경기침체를 단지 대외 경제여건이 불안해진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이 기간동안만 기업의 부실을 정부가 관리해주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착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에서 우리 경제 역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지금을 경제체질을 강화시키는 구조조정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급박하게 경색되는 국면에서 정부가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긴급 조치들을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위기를 미봉하기 위한 조치 뒤에 전체 틀을 바꾸는 구조조정안이 뒤따라야 하는데, 지금 정부 정책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선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부실기업 전체를 정부가 떠안고 가겠다는 것은 경제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일"이라며 "시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정도로 기업들에 대한 옥석가리기나 나와야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에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만 4% 성장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정부가 성장률에 집착하는 부양책보다는, 현실적인 목표치를 내놓고 장기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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