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유수 금융사들이 싼 값에 매물로 나온 상황서, 론스타와의 협상을 통해 외환은행 몸값을 충분히 깎지 못한 HSBC는 다른 물건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 론스타와 HSBC, 팔 값-살 값 `동상이몽`
계약이 깨진 표면상 이유는 가격차다. HSBC는 계약 파기를 알리는 공식 발표문에서 "론스타와 수용 가능한 조건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고 했고, 금융위원회 측도 "양측이 가격에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2007년 9월말 계약 체결 당시 가격은 주당 1만8450원이었다. 1년이 지나 7월말 일단 계약 시한이 다했고, 다시 협상에 돌입한 양측은 가격을 두고 하루하루 줄다리기를 벌여 왔다.
김광수 금융위 국장에 따르면 7월말께 HSBC와 론스타간에 오갔던 가격은 주당 1만4000원~1만5000원 선이었다. 그러다 최근 HSBC가 1만2600원~1만2800원대로 낮춰 불렀다.
이는 외환은행의 시장가(9월 17일 종가 기준, 1만3050원)보다도 낮아,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받으려는 론스타 입장에서는 `심하게 후려친다`할 만한 수준이다. 론스타는 난색을 표했고, 결국 HSBC가 계약 파기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협상이 안된 속사정은 따로 있는 걸로 보인다.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서 알짜 금융사 여러개가 `바겐세일` 중이다. 더 싸고 좋은 물건 많은데 HSBC가 굳이 외환은행에 연연해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17일 종가 기준 모건스탠리의 시가총액은 약 27조원(240억달러), 골드만삭스는 51조원(450억달러)원인데 외환은행이 8조 4160억원이었다.
외환은행 규모를 감안하면 모건스탠리 등과 비교해 매우 비싼 가격이다. 그래서 HSBC가 론스타와의 협상 막판에 딜을 깨고자 일부러 값을 확 깎아 불렀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외신에는 유럽계 상업은행(CB)들이 미국 투자은행(IB)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19일 시장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HSBC가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 UBS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 금융당국 승인 진작 났더라면…
하지만 제때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은 것 역시 계약이 성사되지 못한 한 원인이 됐다.
양측이 주식 인수 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해 9월. HSBC는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M&A 신고서를 제출했으며, 12월에는 금감위(현 금융위)에 인수 승인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올 3월 `경쟁제한성이 없다`는 판단 결과를 내줬지만, 금융위는 관련 재판이 진행중인 점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심사를 유보했다.
이에 양측은 7월말까지 계약을 연장했고, 그 시한도 지나자 재협상을 벌여왔다. 이때 금융위는 돌연 기약없이 승인을 미루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HSBC의 승인 심사를 재개했으며, 최근에는 곧 HSBC를 승인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미 세계 금융시장 상황은 달라진 뒤였다. 7월말 이후 진행된 양측의 가격 협상은 순조롭지 못했다. 당사자 입장서는 `2007년이나 2008년 초에 진작 승인이 났더라면 모든게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탓할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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