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리포트)쌍용차와 비오이하이디스의 `실적추락`

각각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비오이그룹에 인수
기술유출 논란의 대상에 실적추락까지 닮은 꼴
  • 등록 2006-02-08 오후 2:24:47

    수정 2006-02-08 오후 2:44:45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쌍용자동차와 비오이(BOE)하이디스는 크게 두가지 면에서 닮아 있다. 첫째는 최근 실적이 "으악" 소리가 날 정도로 악화됐고 둘째는 그 이전에 중국기업에 인수됐다는 점이다. 두 회사 모두 중국 기업에 인수될 때 기술 해외유출 논란을 빚었다.

두 회사는 최근 비슷한 시점에 회사채 시장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영업실적의 급격한 악화와 맞물려 "정말로 기술만 뺏기고 토사구팽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고 있다.

다만 신용평가사의 판단결과는 두 기업에서 다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비오이하이디스(BBB-)는 지난 2일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등급전망 하향(안정적->부정적) 통보를 받았다. 자칫하면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반면 쌍용차는 지난달 26일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어음 평정을 받았는데, 비록 단기등급이지만 기존 등급인 A3가 유지됐다.

◇ 중국에 인수된 대표적 두 기업..`실적 추락` 동변상련

비오이하이디스는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분사된 이후 2003년 1월에 BOE 그룹에 자산부채 인수방식으로 4144억원에 넘겨져 설립된 TFT-LCD패널 제조 및 판매 전문기업이다. `야외에서도 잘 보이는 LCD`에 관한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작년 6월말 기준으로 세계 시장의 1.8%를 점유하고 있느 9~10위권 기업이다.

TFT-LCD시장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심제품으로 그 수요가 놀랄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폭락하면서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2분기부터 가격이 다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며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비오이하이디스는 업황개선속에서도 경쟁기업과는 달리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최근 공시한 바에 따르면 2~12월까지인 2005사업연도에 1109억원의 영업손실, 12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9월까지 994억원의 영업손실, 10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업황개선속에서도 손실을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확대됐다. 직전사업연도 대비 손실규모는 10배 이상 커졌다.

영업현금흐름도 9월말 현재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직전사업연도에 200%를 밑돌던 부채비율은 500%에 육박하고 있다. 운전자본부담이 크게 증가했고, 차입금의존도도 증가했다.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의 2005년은 한마디로 최악이라고 할 만했다. 수출이 늘기는 했지만 내수시장에서 차 판매가 뚝 떨어지면서 영업실적이 곤두박질쳤다. 특히 시장점유율은 6.4%로 뚝 떨어졌다.

약 1년전 중국 상하이기차집단고분유한공사(이하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되면서 기술만 주고 `팽`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고 실제로 대주주와 기존 경영진의 갈등이 빚어졌다. 상하이자동차와의 갈등은 결국 올해 대표이사를 포함한 국내측 경영진의 전격 교체 사태로 확산됐다.

쌍용차는 2001년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2분기 적자전환했고 3분기까지 누적기준으로도 여전히 적자다. 2004년에는 9월말 현재 630억원의 영업흑자였지만 작년에는 9월까지 174억원의 적자다. 경상손실은 459억원, 당기순손실은 500억원이 넘는다. 계속 줄여 오던 차입금도 작년에는 크게 늘었다.

올해 1월 차 판매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내수 차 판매는 전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지난해 1월보다도 34%나 줄었다. 수출은 1년전보다 11.5% 증가했지만 전월보다는 감소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내수 판매대수를 작년보다 18.3%, 수출을 25.6% 늘려 매출액 4조원시대를 열겠다는 올해의 포부가 과연 달성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악재는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지난해 12월초 1만원을 상회했던 주가는 7일 종가기준 6800원으로 떨어졌다. 주식과 채권의 이해관계가 달라 때로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지만 펀더멘털 자체에 대한 의심은 채권 투자자들에게도 불안감을 안긴 것이 사실이다.

◇ 비오이하이디스 "기술만 전수해 주고 버림받나" 우려 증폭

업황이 나빠지면 실적이 나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것만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업황이 좋아졌는데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거나 경쟁사에 비해 업황악화의 충격을 크게 받는다면 `믿음`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비오이하이디스와 쌍용차는 이런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기평도 비오이하이디스의 등급전망 하향 보고서에서 이를 분명히 밝혔다. "주력사업 고유의 경기순환주기에 노출되어 있으며 특히 동사의 설비경쟁력이 열위하여 2005년 하반기 시장상황 호전에 따라 경쟁사들은 수익구조가 턴어라운드되었으나 동사의 경우는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당초 14인치 이하급의 소형 디스플레이로 제품포트폴리오를 변경할 계획이었지만 거래선 확보 등 문제가 있어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실적이 나쁘면 자금사정이라도 풍족해야 채권자가 안심이 된다. 그러나 지난해말 차입금이 4205억원 수준으로 연초보다 1760억원 늘었다. 한기평은 "영업상 부족자금과 운영자금 부담 등의 자금수요 때문으로 분석되며, 영업상황과 수익력을 감안하면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고 평했다.

그래도 BBB-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비오이그룹의 자금지원 가능성, 자회사인 비오이오티와의 통합경영에 따른 구매력 증대 정도다.

시장의 크레딧애널리스트 시각은 훨씬 심각하다. 기술만 넘겨주고 위상이 크게 약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길기모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투자법인을 평가할 때는 그 회사가 전략적 지위에 있느냐, 전술적 지위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옛날이라면 시장확보나 저임 노동력을 위해 투자했다가 목적을 달성하면 철수하는 것은 보통"이라며 "비오이하이디스는 기술을 빼먹는 수단으로 이용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비오이그룹은 LCD 사업부를 소형부문과 대형부문으로 구분해 소형부문을 비오이하이디스에 맡기고 지난해 5세대 라인을 가동시킨 비오이오티는 대형 패널 생산에 주력하게 할 계획이다. 따라서 비오이하이디스의 외형축소는 지난해부터 예상돼 오고 있다. 

길 연구위원은 "별로 답이 없어 보인다. 비오이그룹내에서 소형 LCD에 특화하겠다고 하는 건데 장기적인 성장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하기 보다는 역할분담 성격이 강하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쪽"이라고 했다. 또 "투자를 해서 업그레이드를 시켜야 하는데, 즉 진화를 계속해야 하는 업종인데 그렇게 안한다. 진부화되고 있고 제약조건하에서 니치마켓 찾다 보니 특화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최병두 비오이하이디스 회장의 최근 인터뷰에서 하이디스 인수 이유에 대해 "세계 디스플레이산업을 선도하면서 최첨단 기술력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확보한 한국은 우리에게 최상의 비즈니스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론이 대두되면서 비오이하이디스에 대한 편견이 커지고 있는 것이 부담"이라고 애로를 표하기도 했다.

◇ 한신정 `쌍용차를 위한 변명`..시장 애널리스트 "어떻게 믿나"

최근 한국신용정보가 쌍용차에 대해 특별히 보고서(스페셜리포트)를 냈다. 있지 않은 부제를 굳이 달아준다면 영업실적 악화와 지배구조, 두가지 이슈에 대한 `쌍용차를 위한 변명`이라고나 할까. 한신정은 그에 앞선 지난달 26일 쌍용차 기업어음 등급을 A3로 유지했다.

작년에는 운이 나빴는지도 모른다. 중소형 디젤 승용차와 중대형 승용차가 줄줄이 출시되면서 대형 RV차를 주력으로 하는 쌍용차의 입지가 축소됐고, RV차량에 대한 자동차세의 단계적 인상계획, 고유가지속 등이 모두 악재였다. 뒤늦게 카이런과 액티언을 출시했지만, 경쟁사의 스포티지와 투싼이 이미 시장을 한차례 훑고 간 뒤였다. 대우자동차판매와의 위탁계약이 해지되고 자체 영업망을 구축하느라 구멍도 생겼다.

그러나 한신정은 보다 근본적인 쌍용차만의 문제에서 실적악화의 이유를 찾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니치마켓플레이어로서의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라는 것이다. 제품라인업이 약하다 보니 모델변경 실패가 수익급감으로 나타났다. 신차출시가 늦은 것은 외환위기 이후 신차개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동률이나 생산유연성이 떨어지는 등 생산성이 경쟁사보다 낮아 충격흡수도 부족했다.

결국 문제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과 다양성 부족에서 찾아진다.

쌍용차의 생산능력은 연산 22만여대로 연구개발 부담, 신차출시 경쟁 등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감당하기 부족한 수준이다. 전세계적으로 1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메이커는 15개 정도이고 이중 대중차를 생산하는 메이커의 경우 최소한 200만대 이상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다.

또 RV 및 대형차종 중심의 라인업이라 소비자 기호가 등을 돌리거나 경기하강 국면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상대적으로 높다. 아반떼-쏘나타-그랜져, 투싼-싼타페 등 현대차의 강력한 라인업과는 비교된다.

보고서를 쓴 김광철 책임연구원은 "신용평가의 관점에서 볼 때 쌍용차의 영업실적 악화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생산규모, 열위한 시장지위, 그리고 취약한 제품라인업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에서 규모 그 자체가 경쟁력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규모의 경제와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한다. 또 일부 프레미엄 브랜드를 제외하면 가격통제능력이 비교적 약한 편이어서 원가경쟁력이 수익성 확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단다. 따라서 자동차 신용평가에서는 수익평준화를 위한 제품과 지역의 다양성 확보, 시장점유율 추이, 운영의 효율성 확보 등이 중요한 평가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신정은 "최근 내수시장의 성장한계를 인식하고 서유럽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판매시장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 단기적인 영업실적 변동을 감당할 수 있는 재무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 단기 신용등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신정은 특별히 상하이자동차와의 시너지효과에 대해 기대를 나타냈다. 쌍용차 독자적으로 세계 유수의 메이커로 발돋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지 모르나 중국정부의 보호정책 아래 급성장하고 있는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되어 상하이자동차그룹내에서 독자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이 된다는 것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쌍용차내 지배구조의 변화, 보다 구체적으로는 상하이자동차의 경영권 강화에 대해 단편적으로 부정적인 측면만이 부각된 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하이자동차 입장에서 볼 때 자주브랜드 육성을 위해 기술능력을 갖춘 쌍용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 선도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R&D 및 생산기술 기반을 체화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 신디케이트론의 계약조건과 쌍용차의 영업실적을 고려할 때 단기간내 자본회수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쌍용차가 그룹내 중장기 발전전략에서 중요한 한 축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단순히 엔진설계 및 신차개발 기술을 습득하고자 5900억여원을 투자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실적이 추가로 더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고, 단기적으로 재무안정성이 인정되고, 상하이자동차그룹이 든든한 `배경`이 되어줄 것 같아 등급을 유지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만약 기업어음 등급이 아니라 회사채나 기업신용등급이었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서는 한신정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한신정 관계자는 "단기등급인 점을 감안해 확실히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길 연구위원은 생각이 조금 다른 듯 했다. 그는 우선 쌍용차에 대해서도 상하이자동차그룹내에서 `전략적 지위`를 확보했다는 확신이 없다고 했다. 6000억원 가까이 들여 인수를 했지만 언젠가 효용가치가 다했다고 보면 얼마든지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수시장만 같고는 힘들고 믿는 구석이 확실히 있다면 몰라도 쌍용차가 확실한 니치마켓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현재 구조로 경쟁사 따라잡으면서 생존할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면 많은 투자비를 감당하려고 할 것인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등급 A3면 장기등급으론 BBB0급인데, 우선 그 전에 BBB0를 줄 수 있겠느냐를 따져 봐야 하고 이번에 유지했겠느냐가 그 다음"이라며 "실적개선이 가시화되는 시기를 2008년 정도로 잡을 경우 회사채투자자로서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데 적정 등급이라는 것이 답이 없기는 하지만 BBB0는 과한 등급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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