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맹점, 소비자피해 `떠넘기기`

카드사 "가맹점측이 전향적 태도보여야"
가맹점 "물가 상승 및 결제대란 불가피"
추석 카드대란시 소비자 피해 `눈덩이`우려
  • 등록 2004-08-24 오후 1:35:51

    수정 2004-08-24 오후 1:35:51

[edaily 최한나 조진형기자] 카드사와 할인점들의 수수료 전쟁으로 소비자피해가 가시화될 조짐이다. 내달말 추석을 앞두고 `카드결제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양측은 소비자 피해 책임에 대해서는 서로 상대측에 `떠넘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초 시작된 양측간 공방은 비씨카드와 이마트간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가 최근 삼성, LG카드 등도 주요 할인점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하고 이에 가맹점측도 강하게 반발하면서 업계간 전면전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할인점은 수수료인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가맹점 가입을 해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마트 롯데마트 까르푸 등 할인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없는 불편을 겪어야한다. 할인점측은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은 협상이 아니고 일방통보에 가깝다며 소비자들의 피해를 정작 생각한다면 수수료 인상을 철회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상은 결국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카드사 부실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행태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할인점측에서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수수료율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추석 때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상황이 벌어지면 할인점 탓이라는 것. ◇할인점 "무리한 수수료 인상, 물가상승과 결제대란 부추겨" 카드사와 전면전을 치르고 있는 할인점업계는 카드사들이 `카드결제 대란`으로 발생하는 소비자피해의 책임을 가맹점측에 떠넘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맹점 계약 해지는 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에 따른 것이므로 전적으로 카드사 책임이라는 논리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협상을 제안한 카드사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협상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며 "일방적인 통보를 해오는 상황에서 협상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상 통보를 철회해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할인점들은 카드사의 무리한 수수료 인상 압력이야말로 소비자들의 피해를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결제 대란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도 인상된 수수료분은 그대로 소비자가격에 반영돼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할인점측은 "내수 불황 속에 갑작스럽게 수수료를 30~40%나 올리면 마진이 박한 할인점으로서는 물가에 반영시킬 수밖에 없다"며 "이런 근본적인 소비자 피해를 카드사들이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현재 비씨카드 사용이 중단된 이마트나 롯데마트 매장에서 비씨카드 안 받아서 받는 고객 항의는 하루 열건 이하에 그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결제대란`에 대한 불편함보다도 수수료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을 더욱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 "결제대란 발생, 가맹점측에 달려" 카드사들은 추석을 앞두고 우려되는 `카드결제 대란`은 가맹점측의 협상 태도에 달렸다고 말한다. 그동안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 혜택을 받아왔던 사실을 인정하고 협상에 임한다면, 결제 대란은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카드사들은 이번 수수료율 조정이 대다수 국민에게 `또 수수료 인상?`식의 인상을 주고 이에 대해 비판받고 있는 것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맹점측의 비협조적 태도로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인데도 결제 대란의 책임이 모두 카드사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대란 이후 카드사들은 뭘해도 눈총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됐다"며 "이번 수수료율 조정은 `인상`이 아니라 지나치게 낮았던 것을 현실화하는 것인데도 많은 소비자들이 일방적으로 카드사만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수수료율 인상이 물가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가맹점측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한다. 수수료율을 낮게 적용받았던 지난 몇년간 이를 근거로 소비자가격을 낮춘 적이 없는 만큼 수수료율을 올렸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 마땅히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수수료 인상분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은 한푼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태도라는 지적이다. ◇가열되는 `수수료 전쟁` 현재 이마트와 수수료율 협상을 벌이고 있는 비씨카드에 이어 LG, 삼성 등 다른 카드사들도 이마트를 비롯한 주요 할인업체에 수수료 인상 방침을 통보한 상태다. LG카드는 지난주말 이마트를 비롯한 주요 할인점에 가맹점 수수료를 종전 1.5%에서 업체별로 2.2~2.5%로 인상하는 문제를 협의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삼성카드도 롯데마트에 9월부터 가맹점 수수료를 종전 1.5%에서 2.4%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앞서 비씨카드는 이마트 65개 전점포를 대상으로 9월부터 가맹점 수수료를 종전 1 .5%에서 2.2%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을 통보했고, KB카드도 현행 1.5%인 할인점 수수료를 8월말께 2.2%로 인상할 예정이라는 공문을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까르푸 월마트 등 할인점에 전달했다. 이마트를 포함한 주요 할인점업체들은 카드사가 수수료 인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 카드 결제를 거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도 가맹점 계약 해지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수수료율 현실화를 포기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김자혜 소비자문제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 사무총장은 "카드사와 가맹점은 각자의 주장을 앞세우기 전에 무엇보다도 소비자에게 전가될 피해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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