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입체진단①]KOSPI, 봉우리 높인다

  • 등록 2002-03-29 오후 2:04:58

    수정 2002-03-29 오후 2:04:58

[edaily 한형훈기자] 거래소시장이 또다시 네자리수 시대의 도래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911테러가 만든 저점을 출발점으로 쉼없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꿈의 지수대라고 불리는 1000포인트에 바짝 다가서면서 시장도 서서히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열기를 반영하듯 증시일각에서는 1000선이 고지가 아니라 지지선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블루칩들에 대한 "강력매수" 의견이 시장에서 큰 무리없이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에 걸맞는 테마와 논리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한국증시에 있어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에 다가갈 때 마다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추가 상승논리가 등장하곤 했다. 그러나 이전의 그럴듯했던 상승논리들은 1000선만 맛본 채 추가반등의 현실화에는 실패했다. 이번에도 과거의 흐름이 반복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세흐름을 창출할 것인가. 아직은 후자쪽에 무게의 중심이 실리고 있다. 최근 상승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리벨류에이션 테마와 경기회복이 맞물려 있다. 경기회복 테마는 주가가 경기에 약 6개월 선행한다는 통상적인 이론이다. 그러나 리벨류에이션이라는 주제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상승논리다. ◇고민하는 투자가들.."1000포인트 = 지수고점" 투자가들은 테러이후 계속 애매한 입장에 직면하고 있다. 미테러 당시 투자가들은 벤치마킹할 경험이 없어 보유중인 주식을 황급히 처분하는데 급급했다. 주식을 사지 못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최근 지수가 900선을 넘나 들면서 투자가들이 다시 한번 고민에 빠졌다. 시장은 분명 활황장인데 주식을 매수하기기 영 찝찝한 상황이다. 과거 "1000포인트 = 지수고점"이라는 등식을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수업료가 꽤나 비쌌던 교훈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지난 99~2000년 당시 "닷컴신드롬"에 편승해 지수가 900선을 넘었을 당시 "이번에는 좀 다르다"는 시장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당시 인터넷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것이라는 논리하에 심지어는 2000포인트를 넘는 지수예측이 나오기도 했다.그러나 2000년초 1000포인트를 고점으로 지수는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닷컴열풍에 혹했던 투자가들은 대부분 손해를 보고 시장을 떠났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장에서 "리벨류에이션"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왔다. 투자가들은 또 혼란스럽다. 리벨류에이션 테마는 이전의 열풍이나 붐과 느낌을 달리하고 있다. 주식투자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펀더멘탈과 연관된 차분한 상승논리를 펼치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승엔진.."리벨류에이션" 테마 최근 주식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리벨류에이션(Re-Valuation:주식시장의 재평가)" 테마이다. 리벨류에이션이란 한국기업들이 가치가 역사적 평균치보다 할인된 상태이고 이 할인폭에 대한 회복이 상승논리의 주된 내용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기업의 구조조정과 감원, M&A를 통한 산업통합, 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 은행시스템의 자율성 확보, 현금흐름과 주가 등에 대한 경영진의 의식변화 등도 리벨류에이션 논리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3월초기준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20사의 평균 PER은 18.36배로 38.07배인 미국시장의 50%에도 못미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한국시장은 미증시에 대비 80% 정도의 주가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이 역사적 평균치와의 격차가 좁혀지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PER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로 이 수치가 낮을 수록 주가가 저평가) 리벨류에이션 테마는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기업들이 가치 재평가를 통해 해소되고 이를 근거로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설 것이라는 것이라는 논리다. 미래에셋증권 김현욱 스트래지스트는 지난달까지는 경기와 재평가 논리가 주식시장을 이끌었지만 3월들어서는 경기보다 재평가 논리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반도체 경기의 약세를 염두해 두고 삼성전자을 주로 순매도하고 있지만 저평가 논리에 근거 여타 우량주들에 대해서는 대규모의 매도를 나타내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애널리스트는 추가적인 상승모멘텀으로 경기보다 재평가에 무게가 더 실릴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톤 넘기는 경기모멘텀.."내수주→수출주" 최근들어 내수성장에 대한 한계가 조심스레 제기되며 경기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수출모멘텀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내수시장의 힘으로 지수가 900선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수출경기가 회복국면으로 들어선다면 추가상승의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별 수출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3월이후 지난 2월까지 12개월째 수출증가율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감소율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전문가들은 수출이 증가세로 반전하는 시기는 확신할 수 없지만 올해안에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경기성장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데 대체로 입을 모으고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팀장은 "상반기중에는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이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대외여건 호전에 따른 수출회복이 본격화되면서 경기상승세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자원부도 3월중에는 수출감소율이 한자리수로 둔화되고 오는 4월에는 전년동월대비 기준으로 플러스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KGI증권의 윤세욱 이사도 "수출경기의 회복시기가 전문가들의 예상인 올해 하반기보다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경험적으로 수출이 플러스로 반전하는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락 수출의 감소세가 멈추고 감소폭이 줄어드는 국면이 주가의 매수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2월 수출누계치가 전년동기대비 13.2% 감소해 지난해 하반기 평균 수출감소율인 19.0%에 비해 감소폭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윤 이사는 기존의 내수위주의 경제성장에서 수출까지 빠르게 회복된다면 경제성장이 가속화돼 국내증시의 상향 리레이팅(Rerating)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의 경기의 선순환 사이클이 수출의 본격적인 회복으로 더욱 견고해지고 이에 힘입어 4월중에 1000포인트에 대한 도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호한 기술적 지표.."강세조정"+"6개월양봉" 최근 시장의 또다른 특징을 든다면 들뜨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수상승에도 불구 거래량이 과열양상을 띄지 않고 있고 각종 기술적 지표들도 과열신호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거래소시장의 기술적 지표들이 과거 랠리때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우선 조정의 폭이 깊지 않다는 점을 뚜렷한 특징으로 꼽고 있다. 지수가 조정을 받더라고 고점과 저점이 높아지는 소위 "강세조정"으로 상승세를 연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8일에서 2월20일까지 진행된 조정국면을 살펴보면 이 기간동안 종합주가지수는 두번의 단기조정을 받았지만 고점과 저점이 모두 높아지는 양호한 모습을 나타냈다. 엄밀히 말하면 조정다운 조정이 아니라 상승파동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황상윤 스트래지스트는 "지난 85~89년의 강세장에서 이런 강세조정이 나타난 적이 있는데 당시 다이내믹한 강세장이 펼쳐졌다"며 "단기적으로 이런 강세조정 국면이 이어지면서 오는 4월까지는 확장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6개월연속 양봉출현 가능성도 투자자들을 설레이게 하고 있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차장은 "이번달에도 양봉이 나타난다면 지난 86년에 이후 16년만에 6개월연속 양봉을 만들게 된다"며 "보통 월봉상 양선이 이어진다는 것은 투자가들이 강세국면에 대한 지속을 확신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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