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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극단 단원들에 대한 상습적인 성폭력으로 구속 기소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게 법원이 징역 6년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 문화예술계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피해자에 대한 연대와 지지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미투’ 운동에 대한 반발로 연극인들이 모여 만든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지난 19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이윤택의 형량은 고작 6년이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오늘 이 판결이 수많은 피해자 분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연극인들은 이 감독에 대한 1심 판결문이 “가해자 중심의 성폭력, 성희롱 판결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이라는데 주목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가 성폭력으로 인정된 점 △피해자들이 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상해로 인정된 점 △위력의 행사가 인정된 점 △상습 성추행 행위가 인정된 점 등을 근거로 “앞으로의 성희롱, 성폭력 판결에 있어 중요한 판례로 다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는 이날 오후 이 감독의 유사강간치상 혐의 등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등도 명했다.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크다며 검찰이 청구한 보호관찰 명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 이후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너무도 당연한 판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동변호인단의 이명숙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미투’ 최초의 유죄 판결로 의미가 있고 상습성을 인정한 점, 피해자 동의를 받지 않고 의사에 반해서 한 행위는 성폭력이라고 인정한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기관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예술인을 위한 성폭력 예방교육’을 11월까지 진행한다. 문체부는 한국여성재단과 함께 성평등 문화·예술 정책 마련을 위한 포럼도 오는 28일 개최할 계획이다.
내년 문체부 예산 중 성폭력 대책 마련과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책정된 예산은 약 11억 원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올해는 ‘미투’와 관련한 예산이 전혀 없었지만 내년에는 새롭게 이 분야와 관련한 예산을 반영했다는 것이 나름의 노력의 성과”라며 “성폭력 대책 마련과 예방을 위해 문화예술계에서 요구하는 사업들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