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하는 현대판 신문고다. ‘열린 청와대’와 ‘소통하는 청와대’를 강조한 문재인정부가 대통령 취임 100일이던 지난 8월 17일 청와대 홈페이지 전면 개편 이후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했다.
국정 주요 현안과 관련해 30일 기간 중 2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이 청원마감 이후 30일 이내에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 “현행법 제도로서는 수용이 불가능해서 곤혹스러운 경우들도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 “어떤 의견이든 참여 인원이 기준을 넘은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전 부처에서 성의 있게 답변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한 바 있다.
시행 5개월 만에 ‘30일 이내 20만명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답변 기준선을 넘은 청원도 상당하다. △청소년보호법 폐지(29만6000여명)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23만5000여명 △주취감형 폐지(21만6000여명) △조두순 출소반대(61만5000여명) △전안법 개정 또는 폐지(25만5000여건) △권역별 외상센터 추가 지원(28만1000여명) 등 중복 청원을 제외하고 총 6건이다.
이중 청소년보호법 폐지,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주취감형 폐지, 조두순 출소반대 등 4건의 청원은 이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답변을 완료한 상태다. 나머지 전안법 개정 또는 폐지 및 권역별 외상센터 추가 지원 청원은 답변 대기 상태다. 특히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상화폐 규제반대 청원 역시 16일 오전 답변 기준선인 20만명을 넘어섰다.
아울러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설 취지와는 전혀 다른 황당한 청원도 적지 않다. △군대 내 위안부 설치 △아이돌 그룹 군면제 △여성가족부 폐지 △특정 정치인 석방 △여성 의무 군입대 △특정정당 해산 △남성에게 인공자궁 설치 의무화 등 익명성에 기대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원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웃지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밖에 청와대 국민청원 열풍이 불면서 국회 홈페이지나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 등 엇비슷한 기능을 유지해온 기관들의 여론수렴 기능이 다소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것은 보완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