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국민청원 시행 5개월…현대판 신문고에도 황당의견 눈살

文대통령 취임 100일인 8월 17일 개설
'열린 청와대' 지향하며 대국민 소통창구
총 8만6000여건 청원…하루 평균 약 580건
  • 등록 2018-01-16 오전 10:14:39

    수정 2018-01-16 오전 10:19:44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이 17일로 시행 5개월을 맞는다.

국민청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하는 현대판 신문고다. ‘열린 청와대’와 ‘소통하는 청와대’를 강조한 문재인정부가 대통령 취임 100일이던 지난 8월 17일 청와대 홈페이지 전면 개편 이후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했다.

국정 주요 현안과 관련해 30일 기간 중 2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이 청원마감 이후 30일 이내에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 “현행법 제도로서는 수용이 불가능해서 곤혹스러운 경우들도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 “어떤 의견이든 참여 인원이 기준을 넘은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전 부처에서 성의 있게 답변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한 바 있다.

16일 오전 기준으로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청원글은 총 8만6000여건이다. 하루 평균 약 580건의 청원이 접수됐다. 국민청원 게시판 개설 초기에는 반응이 시큰둥했지만 이른바 ‘부산 피투성이 여중생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보호법 폐지 청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폭발하면서 소통창구로 자리 잡았다.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유명인도 동참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작가가 청원에 직접 동참하면서 국민적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후 국민청원 게시판을 중심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 현안들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대국민 여론수렴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행 5개월 만에 ‘30일 이내 20만명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답변 기준선을 넘은 청원도 상당하다. △청소년보호법 폐지(29만6000여명)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23만5000여명 △주취감형 폐지(21만6000여명) △조두순 출소반대(61만5000여명) △전안법 개정 또는 폐지(25만5000여건) △권역별 외상센터 추가 지원(28만1000여명) 등 중복 청원을 제외하고 총 6건이다.

이중 청소년보호법 폐지,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주취감형 폐지, 조두순 출소반대 등 4건의 청원은 이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답변을 완료한 상태다. 나머지 전안법 개정 또는 폐지 및 권역별 외상센터 추가 지원 청원은 답변 대기 상태다. 특히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상화폐 규제반대 청원 역시 16일 오전 답변 기준선인 20만명을 넘어섰다.

다만 청원내용 상당수는 행정부의 권한을 벗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의 내용이 국회 입법사항이나 사법부의 판단 영역이기 때문이다. 조두순 사건을 재심해서 무기징역으로 처벌하자는 조두순 출소반대 사건이 대표적이다. 조국 수석은 답변에서 “결론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조두순에 대해 영구 격리는 아니지만 국가적 차원의 추가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답했다. 낙태죄 폐지 청원의 경우 청와대가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도 불가능한 사안이다.

아울러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설 취지와는 전혀 다른 황당한 청원도 적지 않다. △군대 내 위안부 설치 △아이돌 그룹 군면제 △여성가족부 폐지 △특정 정치인 석방 △여성 의무 군입대 △특정정당 해산 △남성에게 인공자궁 설치 의무화 등 익명성에 기대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원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웃지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밖에 청와대 국민청원 열풍이 불면서 국회 홈페이지나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 등 엇비슷한 기능을 유지해온 기관들의 여론수렴 기능이 다소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것은 보완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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