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녹십자는 현재 일동제약 주식 29.36%(735만9773주)를 보유, 일동제약 최대주주의 지분율 32.52%(815만1126주)와 3.16%포인트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14일 일동제약의 종가 1만5350원을 감안하면 녹십자 입장에서는 121억원을 투입, 79만1354주만 추가로 확보하면 일동제약의 최대주주에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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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는 개인투자자 이호찬씨(12.57%) 등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넘겨받았고 녹십자셀은 47차례의 장내매수를 통해 주식을 끌어모았다.
당초 녹십자가 주식 보유 목적에 대해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예정이다”는 입장을 공표하면서 일동제약의 경영에 관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2월 일동제약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무산시키면서 이러한 관측은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그동안 녹십자와 일동제약은 아무런 제휴조차 없었다. 오히려 두 회사 모두 독자행보를 강화했다. 녹십자는 혈액제제, 백신 사업 등의 해외 시장을 집중적으로 두드리면서 지난해 수출실적이 2억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제약업계 신기록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에만 총 16건의 임상시험에 착수하면서 새 먹거리 발굴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또 아스트라제네카(당뇨치료제), 다케다(감기약) 등 다국적제약사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신제품을 장착했다.
표면적으로는 녹십자의 투자 능력이 또 다시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녹십자는 지난 2012년부터 동아제약의 지분을 4.2% 매입한 이후 이듬해 매감하면서 200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2003년 1600억원에 인수한 대신생명을 8년 후 현대자동차에 2283억원에 팔기도 했다. 지난 2012년 5월 150억원을 투자한 이노셀(현재 녹십자셀)의 주식 가치는 5배 이상 뛰었다. 녹십자가 42%의 지분을 보유한 녹십자엠에스도 최근 상장 이후 주가가 연일 치솟고 있다.
업계에서는 녹십자가 일동제약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녹십자 측은 그동안 “적대적 M&A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업력이 긴 두 회사 오너들이 친분이 두텁다는 점에서 녹십자가 주식 매입 경쟁이라는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적대적 M&A를 시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고 내다봤다.
향후 녹십자가 동아제약 투자와 같이 적절한 시점에 주식을 매각하면서 시세차익을 실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는 올해 일동제약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제안을 통해 본격적인 경영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녹십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