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YBAs)’는 영국 현대미술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그룹이지만 데미안 허스트, 게리 흄, 트레이시 에민, 질리안 웨어링 등의 멤버들은 더 이상 젊지 않다. 요즘 영국에서는 YBAs 이후 세대(브리티시 뉴 제너레이션)의 작업이 오히려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선배들이 다져놓은 실험적 토양과 국제화된 작업환경에서 차분하고 개념적이면서도 개성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 ▲ 나다니엘 라코베의 작품 ‘검은 오두막’ 앞에서 라코베와 드라이든 굿윈이 포즈를 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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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든 굿윈, 나다니엘 라코베, 피오나 배너, 데이비드 바첼러, 필립 알렌, 피터 맥도널드, 게리 웹, 마틴 크리드 등 8명의 영국 신세대 작가들의 작품이 10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런던 콜링’이란 제목으로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전시된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유은복씨와 영국 큐레이터 찰스 단비가 공동 기획한 것이다.
| ▲ 데이비드 바첼러 ‘칸델라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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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든 굿윈은 정적인 이미지와 동적인 이미지의 상관관계를 관찰하고 이를 드로잉·사진·만화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는 작가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한 인물의 두 가지 동작을 겹쳐서 그린 초상화 시리즈 ‘레드 드로잉’과 자신의 형 데미엥의 얼굴이 움직이는 모습을 애니메이션 프레임처럼 연속동작으로 그리고 동영상으로 촬영한 ‘데미엥을 찾아서’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 맞춰 동료 나다니엘 라코베와 함께 한국에 온 굿윈은 “이미지의 전환을 보여줌으로써 인물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하고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더욱 활발하게 만든다”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했다.
나다니엘 라코베의 작업은 런던 같은 대도시에서 받은 인상을 표현한 것이다. 작품 ‘검은 오두막’의 경우 나무집 안에 설치한 전등이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패널 사이로 빛이 새어나와 전시장의 그림자가 수직이동한다. 라코베는 “도시의 밤거리를 걷다보면 건물과 건물 사이로 움직이는 조명을 만난다”면서 “내 작품은 도시에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낭만적 순간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YBAs 작가로도 거론되는 피오나 배너는 1997년 ‘The Nam’이란 작품으로 유명해졌다. 이 작품은 1000쪽의 책 모양으로, 베트남전쟁에 관한 할리우드 영화 6편을 자신의 단어로 재구성한 텍스트 형식이다. 전쟁과 여성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이번 전시에서 여러 종류의 전투기 모습을 찍은 영상물, 그리고 전투기의 명칭이 실존하는 새의 이름에서 따온 것에 착안해 재규어 파이터의 날개에 새에 관한 묘사를 직접 적어넣은 설치작품 ‘새’를 내놓았다.
데이비드 바첼러는 현대 도시환경에서 색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탐구해온 작가다. 이번에는 각양각색의 플라스틱 병에 전구를 넣어 만든 ‘샹들리에’, 영국의 뒷골목인 해크니가의 분위기를 바퀴 달린 이동판과 그 아래서 은은하게 스며나오는 레온조명으로 표현한 ‘해크니 로드’를 볼 수 있다.
필립 알렌은 영국 추상주의 회화의 대표작가로 유기적인 형상과 기하학적인 모양, 캔버스 위·아래의 두꺼운 칠이 특징이다. 또 피터 맥도널드는 교사·과학자·헤어드레서 등 평범한 인물의 머리를 과장되게 표현해 현대인의 불안 심리를 드러낸다. 게리 웹의 독특한 유머가 섞인 모더니즘 조각, 똥 누는 행위를 인간의 원초적 일에 비유한 마틴 크리드의 영상물 ‘쉿 필름’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11일 오후 3시 토탈미술관, 12일 오후 3시 영국문화원에서 드라이든 굿윈, 나다니엘 라코베, 그리고 큐레이터 찰스 단비가 참석한 가운데 영국미술의 한국전시가 갖는 의미와 초대 작가의 작품설명이 진행된다. (02)379-7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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