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상관측 역사상 `카트리나`나 `리타`와 같은 초강력 허리케인이 한 시즌 동안 두차례나 미국을 강타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올해와 같은 상황은 몇백년에 한번 나타나는 일회성 이상 기후일수도 있다.
그러나 기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상 최악의 허리케인 시즌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또 통상 3~5등급의 대형 허리케인 발생은 9월말로 끝나지만 또 다른 대형 허리케인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달 발간된 `사이언스`지 최신호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5년 동안 4~5등급 허리케인의 숫자는 두배로 늘어났다. 이 보고서의 공동 집필자인 피터 웹스터는 "따뜻해진 해수면 온도가 수증기 양을 늘리면서 허리케인 발생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970~2004년 동안 열대 지방의 해수면 평균 온도는 약 1도 상승했다.
기후예측프로그램(CPP)의 수석 연구원인 비키 포프는 "해수면 온도 상승을 10~20년 주기의 자연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세계적인 기후변화가 해수 온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허리케인 모델을 통한 연구에 기초해볼 때 강력한 허리케인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2005년 허리케인 시즌은 역사상 `최악`
세계 기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서양 일대에서 발생해 `이름이 붙여지는` 열대성 폭풍은 보통 한 시즌에 6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지금까지 명명된 폭풍수만 17개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허리케인 이름도 동이날 지경이다. 매년 허리케인 이름은 알파벳 26자 가운데 Q, U, X, Y, Z를 뺀 21개를 첫머리로 사용해 만들어진다. 현재 남은 이름은 스탄(Stan), 타미(Tammy), 빈스(Vince), 윌마(Wilma) 등 4개뿐이다.
공식적인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은 6월1일~11월30일을 말하며 열대성 폭풍의 97% 이상이 이 기간 동안 발생한다. 특히 8월과 9월은 허리케인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로 3~5등급 허리케인의 96%가 이 기간에 형성된다.
1851년 미 국립기상청 집계가 시작된 이래 이름이 붙여진 열대성 폭풍수가 올해를 능가한 시즌은 단 3차례에 불과했다. 폭풍의 이름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하는 항공 이미지 등을 고려해 발전 잠재력이 높은 경우에만 붙여진다. 나사측은 바람의 세기가 시속 39마일을 넘어서면 이름이 붙여지고 74마일을 초과하면 허리케인으로 격상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름 붙은` 허리케인이 가장 많이 발생했던 해는 1933년으로 모두 21개였다. 허리케인의 위력과 피해 규모에서는 이미 사상 최악을 기록한 올 허리케인 시즌은 허리케인 숫자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허리케인 더 거세진다..해수면 온도상승이 원인
올해의 강력한 허리케인 시즌이 앞으로도 지속될 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이 계속될 경우 더욱 강력한 허리케인이 다수 발생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될 것이라는 덴 이견이 없다.
NASA의 기상 연구원인 데이비드 애드멕은 해수 기상관측용 부표와 원격 감지 위성을 통해 관찰한 결과 올해 멕시코만과 대서양은 역사상 가장 높은 온도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또 "태양열이 해수면에 더 직접적으로 전달되면서 수온을 높이고 있다"며 "이 것이 올해 다수의 강력한 허리케인이 양산된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지, 혹은 더욱 심화될 지 여부다.
이와 관련해 많은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의 예외적인 경우를 토대로 기후변화 추세를 단정짓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들은 50년 전에도 해수면 온도가 지금과 같이 1도 가량 상승한 적이 있음을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명백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더욱 강력한 허리케인을 발생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CPP의 수석 연구원인 비키 포프는 "기온 변화와 관련된 많은 조심스러운 연구를 통해 지난 150년 동안 지구의 표면 온도가 0.7도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수면 온도는 단 1도만 상승해도 허리케인의 형성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해수면 온도가 1도 상승할 경우 4~5등급 허리케인의 발생건수는 무려 두배로 늘어나게 된다.
스탠포드 국제연구소의 기상학자인 스티븐 슈나이더는 "현재 해수면 온도는 약 1도 정도 상승했을 뿐"이라면서 "만약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향후 수십년 동안 혹은 세기말까지 온도가 3~5도 더 상승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많은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온난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류의 무분별한 온실가스 배출이 결국 파괴적인 `괴물` 허리케인을 부르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