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북한이 주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데 쓴 비용은 얼마일까. 단순 계산하면, 미사일 1기를 발사하지 않으면 북한이 한 해 수입하는 식량 3분의 1을 감당할 수 있다.
| 북한이 동해상으로 기종이 확인되지 않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지 이틀만에 다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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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북한의 ICBM 발사 비용을 1기당 2000만~3000만 달러(259억~388억원)로 추산했다. 이를 쌀 수입 금액으로 환산하면, 중국산 쌀 3만5946~5만3919t을 수입할 수 있다. 북한이 식량 대부분을 수입하는 중국의 지난달 쌀값 1t당 3821위안(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을 바탕으로 한 계산이다.
북한이 중국에서 지난해 수입한 식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통계를 보면,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식량(쌀·밀가루·옥수수·전분)은 지난해 13만383t이다. 단순히 미사일 1기로 지난해 수입한 식량의 27~41%를 사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미사일 발사 비용은 복합적인 변수와 얽혀 있어서, 추가 기회비용까지 따져봐야 한다. 우선 미사일 제조에 쓰이는 원료 ‘질산암모늄’이 비료를 만드는 원료와 같다. 단순히 미사일을 덜 만들수록 비료를 더 만들 수 있는 구조이다. 비료가 농업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농촌진흥청이 추산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북한에서 생산한 식량 작물은 451만t으로, 2021년(469만t)보다 18만t(3.8%)이 감소했다.
질산암모늄 가격의 추세도 관건이다. 질산암모늄을 다루는 코스피 상장사 백광산업 분기보고서를 보면, 1t당 구매 가격은 지난해 3분기 69만여원으로 2021년(48만여원)과 2020년(45만원)과 비교해 급등했다. 질산암모늄이 미사일 제조에 차지하는 비용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자체로만 보면 미사일 제조 원가를 좌우하는 것이다.
실제 북한의 농산물 수급 동향도 변수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북한 식량 가용성이 최소한의 수준으로 추락했다’며 1990년 대기근 이래 최악이라고 지난달 분석했다. 이와 함께 북한 ICBM 발사 직후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미사일 발사를 비판했다.
다만 북한 식량난이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중국 식량 수입량이 지난해가 전년(1020t)보다 급증한 것은 맞지만, 2019년(41만4346t)과 비교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 내 식량 수급 사정이 안정화됐다는 분석이 붙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5일 “북한 식량 상황이 좋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아사자가 속출하는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NSC와 다소 온도 차가 느껴지는 언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