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국가' 수리남 법적대응 예고…호찌민·대림동도 당했다

‘범죄도시2’는 호찌민, ‘청년경찰’은 대림동 왜곡
한국 콘텐츠 내 혐오표현 법원서도 일부 인정
  • 등록 2022-09-15 오전 11:24:35

    수정 2022-09-15 오전 11:39:42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서 ‘마약국가’처럼 묘사된 남미 국가 수리남 정부가 제작사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수리남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 측에도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수리남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최근 한국 콘텐츠에는 유사한 문제가 거듭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마동석 주연 범죄 액션 영화 ‘범죄도시2’의 베트남 상영이 좌절됐다. 베트남 정부는 “영화에 폭력적인 장면이 너무 많다”는 이유를 들어 심의 반려했지만, 범죄도시 속 호찌민의 묘사를 문제 삼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영화는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금천경찰서 강력반 반장과 함께 베트남 최대도시인 호찌민으로 향해 연쇄살인범 강해상(손석구 분)을 잡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속 호찌민은 한국에서 도망친 범죄자들이 모이는 곳, 불법·향락이 용인되고 마약이 유통되는 곳으로 묘사됐다. 또 한국인 범죄자들이 관광객을 납치하고 살인을 서슴지 않는 곳으로도 표현됐다.

범죄도시2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2015년부터 4년간 호찌민 총영사관 경찰주재관으로 근무했던 천현길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2과장(경정)은 지난 6월 1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사실 베트남은 공안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흉악범이 베트남으로 넘어가서 활동한다는 것은 여건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범죄도시2’자문을 맡았던 천 경정은 “(베트남에서) 마약 범죄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단순 투약은 많겠지만 마약 유통이나 제조는 베트남에서 사형까지 가능한 중한 범죄”라고 부연했다.

영화 청년경찰의 한 장면 (사진=무비락)
국내 중국 동포 다수가 거주하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을 장기 밀매 소굴로 그린 영화 ‘청년경찰’도 개봉 당시 논란이 일었다. 영화 내내 대림동은 강력 범죄의 온상으로, 조선족은 범죄 집단으로 묘사돼 ‘영화가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었다.

영화 개봉 이후 대림동에 거주하는 조선족 동포 및 지역주민 60명은 “영화로 인해 인격권·평등권을 침해당했고, 사회생활에 지장이 초래됐다”며 제작사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주민들은 이에 대해 항소했다. 화해결정은 항소심 진행과정에서 나왔다.

3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2민사부는 화해 권고를 결정하며 제작사에는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의 약속을 당부했고 원고들에겐 소 취하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청년경찰’ 일부 내용에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를 담은 허구의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며 표현 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제작사인 ‘무비락’은 공식 성명서에서 “조선족 동포에 대한 부정적 묘사로 인해 불편함과 소외감 등을 느꼈을 원고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며 “앞으로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반감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혐오 표현은 없는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사과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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