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유사한 소송을 진행한 SK하이닉스 등 판례를 따른 판결로, 법원은 계약회사의 헝가리 법인을 미국 법인의 페이퍼컴퍼니 및 도관회사로 인정할 증거가 없어 과세 면제가 타당하다고 봤다.
22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LG전자가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원천징수 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관련기사 : [단독]“납세의무 없다” Vs “꼼수 탈세” LG전자 국세청 소송전)
앞서 LG전자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전자설계자동화(EDA) 솔루션·지적재산권(IP)전문 기업인 A사 미국 법인과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지적재산권(IP)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료를 지불해 왔다.
LG전자는 ‘한국과 헝가리 간 조세 이중과세회피 및 탈세방지 협약’에 따라 A사 헝가리 법인의 특허사용료 소득이 국내에서 과세되지 않았을 경우 과세가 면제된다고 판단했다. 원천징수는 국내 사업장이 없는 외국 법인에 특허 사용료 등을 지급하는 경우 특허료를 지불하는 국내 기업이 미리 일정액을 떼어 우리 국세청에 납부하는 제도다.
하지만 국세청의 판단은 달랐다. 국세청은 2017년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A사의 헝가리 법인은 형식적 거래당사자의 역할만 수행하는 조세회피(도관) 회사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수익적 소유자’는 미국 법인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A사가 받은 사용료를 소득으로 보고 법인세를 원천징수해야 한다고 봤다. 국세청은 LG전자에 원천징수분 법인세 128억원 상당을 경정·고지했다. LG전자는 이를 불복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일부 청구 내용이 기각되자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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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조세 조약상 A사의 헝가리 법인이 납세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된 도관회사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헝가리 법인의 설립 및 출자 경위와 앞서 본 인적·물적 설비와 사업활동 현황을 보면 단순한 형식적 명의자 및 도관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헝가리 법인이 도관회사에 불과하다는 피고 측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A사 헝가리 법인은 이사회를 개최해 사업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수행하고, 독립된 회계 처리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재판부는 또 “미국 법인이 이 사건 사용료 소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원칙에 의해 이 사건 사용료 소득에 관하여 한국-헝가리 조세조약의 적용을 부인할 수도 없다”고 했다.
나아가 A사가 조세 절감을 위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한 것이 맞다 하더라도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원칙에 의한 한국-헝가리 조세조약 적용을 부인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헝가리 법인이 이 사건 사용료 소득의 수익적 소유자로 보지 않는 전제에서 이뤄진 처분은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SK하이닉스의 경우에도 같은 회사의 헝가리법인의 수익적 소유자 여부를 두고 국세청과 다퉜으며 결국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