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후보는 지난 7일 오후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의 글을 구체적 설명 없이 올렸다. 지난해 10월 경선 과정에서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관련 업무와 예산을 재조정하겠다는 기존 공약에서 선회한 것이다. 당을 지지하는 민심이 여가부 폐지를 더 원한다는 판단에 윤 후보가 며칠 전 전향적으로 결심했다는 게 선거대책본부 측의 설명이다. 이 글에는 4시간 만에 ‘이대남’을 중심으로 하는 호응 댓글이 5000개가 넘게 달렸다.
윤 후보는 다음날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특별전시회 관람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 폐지 공약과 관련, ‘남녀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라고 답했다. ‘여가부 개편’에서 ‘폐지’로 입장을 바꾼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해달라는 질문에는 “현재 입장은 여가부 폐지 방침이다.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 폐지가 맞다. 더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심상정 “분노 금할 수 없다” 윤석열 저격
심 후보는 ‘어떠한 차별과 혐오도 방치하지 않겠다’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재차 올리며 윤 후보 저격에 나섰다. 그는 “윤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의 재결합 결과물로 여가부 폐지를 들고나온 것을 보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추락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면 청년을 성별로 갈라치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일마저 서슴지 않는 후보에게 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저의 주4일제 공약을 두고 시기상조라고 말을 하는데, 여가부 폐지야말로 시기상조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엄존하는 현실”이라며 “여성의 인권과 안전이 보장될 때 모두의 인권과 안전이 보장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공식 입장 없이 침묵…권인숙·김남국 비판 가세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같은당 김남국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에 윤 후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신지예 대신에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 대신 ‘이핵관’만 보인다. 윤 후보는 진짜 연기만 하나 보다”라며 “갑자기 여가부 폐지라니 그 연기가 너무 성의가 없고, 준비 부족에 즉흥적”이라고 비꼬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이대남·이대녀를 잡기 위한 정치권의 구애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여가부 존폐론으로 비롯된 젠더 이슈가 주요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윤 후보가 양성평등가족부를 얘기하고 이수정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할 때만 해도 젠더 갈등에 대해 균형 잡힌 대응을 하려는 것 같아 의외였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영락없이 핵심 지지층(이대남) 결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누가 먼저 불을 붙이고, 언제 붙였으느냐의 차이지, 젠더 갈등 이슈는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지지층인 이대남의 압력에 굴복할 것인지, 아니면 지지층의 합리적인 목소리를 반영하면서도 균형 잡힌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는 이재명 후보도 똑같이 받는 압박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후보 자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