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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 회장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일본경제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앞서 인수한 일본 샤프와 함께 이 미국의 두 거물 기술기업도 출자할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5일 닛케이가 보도했다. 훙하이는 지난달 말 마감한 도시바메모리 인수 2차 입찰 4개 진영 중 가장 불리한 기업으로 꼽힌다. 응찰액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인수 의지는 크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도시바가 반도체 기술의 유출을 우려해 중국계 기업에 인수되는 걸 꺼리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훙하이는 이 탓에 미 사모펀드 KKR(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와 미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 미 헤지펀드 베인캐피탈을 전면에 내세운 SK하이닉스(000660) 와 비교해 인수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훙하이의 전략은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자신과 애플,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 중인 아마존을 포함한 '도시바 메모리 고객사 연합'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도시바메모리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 기업이다. 궈타이밍 회장은 "(도시바메모리의) 고객인 만큼 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잘 알고 있으다"며 "우리의 수요와 기술력을 가진 도시바가 합친다면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과 아마존이 실제 참여할지도 확신할 수 없다. 닛케이의 취재에 애플은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궈타이밍 회장은 이에 대해 "두 회사 모두 물론 출자한다"고 자신했다. 응찰액과 참가 기업의 출자 비율 등에 대해선 "경영상 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궈타이밍 회장은 나머지 경쟁사가 모두 사모펀드라는 점을 의식해 "사모펀드처럼 돈을 벌고 바로 빠져나오는 방식 대신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계 기업을 꺼리는 일본측 입장을 의식해 "쓸데없이 경영에 간섭하는 일 없이 샤프 같은 일본측에 경영을 완전히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수한지 1년이 다 된 샤프 역시 사명도 사업도 유지한 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했다"며 "도시바라는 이름이 50~100년 동안 이어지도록 만들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 웨스턴디지털(WD)과의 협력 가능성은 일축했다. WD는 도시바메모리의 일본 욧카이치시(四日市) 공장을 공동 운영한다는 이유로 매각 절차를 방해하고 있다. 그는 "그들은 경쟁자"라며 "협력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