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절박함'과 '집중력'으로 인터넷 새역사 쓴 이해진 의장

  • 등록 2016-07-17 오후 1:04:35

    수정 2016-07-17 오후 3:09:41

[이데일리 김유성 김현아 기자]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이 뉴욕과 도쿄에 상장하면서 시가총액 10조(9조9000억원)짜리 회사가 됐다. 기업공개로 라인은 약 1조 5천억원을 조달하게 됐는데, 최근 IT기업의 IPO 역사상 눈에 띠는 실적이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
라인의 글로벌 이용자는 2억1800만 명이나 되나 아직은 순손실을 내는 기업이다. 라인의 지난해 매출은 1207억엔(1조2923억원), 순손실은 76억엔(813억)이었다. 투자자들은 뭘 보고 라인주식에 열광한 걸까.

꽂히면 밤새는 집중력

라인이 보여준 끊임없는 혁신에 대한 기대때문이다. 또 그 중심에는 라인에 대한 아이디어가 일본에서 나왔을 때 고도의 집중력으로 글로벌 사업화에 도전한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독특한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

이해진 의장은 “살아남기 위한 절박함과 직원들의 헌신이 오늘날의 라인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뉴욕과 도쿄 증시 상장을 기념한 미디어데이에서 “혁신의 의미는 기업들의 절박함에서 나온다”며 “생존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라인의 서비스 개발 초기 때부터 직원들과 밤을 함께 새우면서 서비스를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 관계자는 “동북대지진 때 일본 사람들은 휴대폰 메신저 대신에 이메일을 주로 썼는데 통신이 불안해 가족 간 생사확인이 어려웠다. 당시 몇몇 직원이 메신저를 해보자고 했고 그래서 30일 만에 만들어진 게 라인”이라고 소개했다.

이 의장 스스로가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와 해가 뜰 때까지 술 먹은 적도 있다”고 말 할 만큼 고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동물적인 사업 감각과 고도의 집중력을 성공 비결로 꼽기도 한다.

네이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 검색 시장 진출을 위해 네이버 재팬을 만들고 수천억 원을 쏟아 부었는데 이 의장은 라인이 되겠다 싶으니 네이버재팬을 없애버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경영인이면 네이버재팬에 투자한 게 아까워 재팬을 재팬대로 가고 라인재팬을 하나 만들었겠지만 이 의장은 그렇지 않았다.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그게 리더십의 요체”라고 말했다.

지분율보다는 전략으로 네이버 통솔

네이버(035420)에서 이해진 의장의 지분은 4.64%까지 내려간 상태다. 페이스북,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IT 기업 창업자들과도 다른 행보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네이버가 대량의 투자금 유치 등 몸집을 불리면서 발생한 결과다.

우호 지분 유지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보장받기 보다는 구글, 페이스북 등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더 고민해서일까. 이 의장은 라인 상장과 관련 신중호 CGO에게 주식을 몰아주면서 “내가 당신을 주식부자로 만들어줬듯이 열심히 해서 (브이나 웹툰 같은 다른 것들도 글로벌 증시에 상장시켜) 다른 후배들도 부자가 되게 도와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라인이 도쿄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신중호 CGO는 총 1026만4500주의 스톡옵션을 보유했고, 이 의장은 절반 수준인 557만2000주를 가지고 있다. 공모가(3300엔)기준으로 보면 신중호 CGO는 3800억원의 주식부자가 됐다.

같은 서울대 출신으로 1990년대 초반 카이스트(KAIST) 대학원을 함께 다닌 김정주 넥슨 회장과 온도차가 나는 부분이다. 김 회장은 우호 지분 유지에 유난히 많은 신경을 썼고, 서울대 동문이었던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주식 특혜 의혹까지 낳았다.

이해진 의장은 “공식적인 석상에서 말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전략을 짜는 등 사업에 집중하는 게 더 좋다”고 했다.

15일 ‘각’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 전경
할 말 하는 이해진…O2O보다는 글로벌 가교 역할에 관심

업계에선 이해진 의장의 진가는 이번 구글 지도 반출 논란에 대한 작심 발언에서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는 “이들 회사는 돈 많고 시가 총액도 엄청난 회사들”이라면서 “그러나 유튜브가 동영상 시장에서 얼마를 벌어가는지, 페이스북이 SNS 시장에서 얼마를 버는지, 구글이 앱 마켓을 통해 또 얼마를 벌어가는지 밝혀지지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회사들이 국내에 와서 돈을 벌면 매출도 알리고 세금도 내고 해야한다”며 “(국내 법을 준수하는) 국내 업체들은 불공정한 싸움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의장은 이번 IPO로 유입되는 1조5천억원의 자금을 “기술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에 쓰겠다”고 했다. 다만, 포커스를 잘 맞춰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또 실체가 불명확한 온오프라인통합(O2O)보다는 네이버 플랫폼이 글로벌 진출에 가교 역할을 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웍스모바일, 캠프모바일, 스노우, 브이(V), 웹툰 등도 라인에 이은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면서 “국내 사업보다는 우리 기술과 서비스를 잘 할 수 있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네이버 안에서 독립한 라인이 상장한 것처럼, 네이버가 ‘도약의 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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