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업계에서도 ‘양두구육’의 행태를 보이는 업체가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밖으로는 대형마트와 중소상공인 간의 상생을 강조하면서 안으로는 신규 출점에 열을 올리고 있는 홈플러스 이야기다.
지난달 22일 홈플러스는 다른 대형마트들과 함께 중소유통업 단체들을 만나 신규 점포 출점을 자제하고 월 2회 자율 휴무를 실시하겠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합의 당일과 바로 다음달 각각 경기도 오산시(오산 세교점)와 서울 관악구(남현점)에 대형마트 개설 등록 신청을 했다. 지난 7일에는 경북 경주시 충효동에 신규 점포 건축 허가 신청을 낸 사실도 밝혀졌다. 지역 상인들과의 마찰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합정점에 대해서는 영업 개시가 불가피하다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유통산업발전협의회 1차 회의 후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모든 안건을 (협의)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투명하게 이야기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테이블에 정작 홈플러스의 신규 출점은 올려놓지 않았다.
진병호 상인연합회 회장은 “홈플러스가 협의회에서 출점 자제에 대한 약속을 어기고 잇따라 새 점포를 낸 것에 대한 실망이 크다”며 “진정성 없는 상대를 어떻게 믿고 대화에 참여하겠냐”고 말했다. 그는 “홈플러스가 뒤늦게 협의체에서 출점 논의를 하겠다는 것도 명분 쌓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유통산업발전협의 과정에서 강조한 ‘진정성’과 ‘투명성’. 현실의 홈플러스와는 온도차가 크다. 진정성은 내세운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홈플러스의 상생전략을 보며 ‘양두구육’의 고사성어가 떠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