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기업 실적은 나는데 금융사는 기는 이유

IT기업, 세계시장 석권으로 好실적
금융社, 강화된 규제와 경기침체로 영업부진
  • 등록 2011-07-20 오후 2:29:18

    수정 2011-07-20 오후 2:29:18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어닝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정보기술(IT) 기업과 금융사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IT 기업들은 경기가 지지부진한 가운데에도 글로벌 시장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금융사들은 내수 침체 우려와 강화된 규제법안으로 영업부문에서 고전하며 좋지 못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 IT 기업 실적 `훨훨` 날았다

애플은 19일(현지시간) 회계 3분기(4~6월) 순이익이 73억1000만달러(주당 7.79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애플의 분기별 순익 추이(단위 : 천만달러)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구글도 2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6% 증가한 25억1000만달러(주당 7.68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IBM도 전년대비 8.2% 증가한 36억 6000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IT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는 이들 기업이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기침체와 상관없이 장비 교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산업적 특성도 실적 개선세에 기여했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앞세워 독주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아이폰은 전년대비 2배 증가한 2034만대가 팔렸으며 아이패드 역시 전년비 3배 가까운 925만대가 팔렸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판매량 증대는 고스란히 애플의 순익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 

구글도 검색엔진 시장 1위 기반을 바탕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구글은 특히 검색엔진 매출에 안주하지 않고 인터넷 광고 비중을 늘리는 등 신사업 개척에도 공을 들여 최근 결실을 보고 있다.

IBM은 컴퓨터 메인프레임 교체주기와 소프트웨어(SW) 판매 호조에 힘입어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하드웨어 사업부문 가운데 메인프레인 사업은 61%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SW 판매를 늘리기 위한 하드웨어와 SW를 묶은 패키지 판매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 규제 강화와 경기 침체로 영업환경 악화

반면 금융사들은 금융위기 여진이 남아 있던 지난해보다는 개선된 실적을 내놨으나 시장의 기대치엔 못미쳤다. 더구나 실적이 개선된 것도 영업을 통해 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비용을 줄여서 이뤄낸 결과라 진정한 실적 개선세라고 보기 어렵다.

씨티그룹의 올해 2분기 순익은 전년대비 24% 증가한 33억 4000만달러였다. 그러나 매출은 오히려 6% 감소했다. 영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증거다. 씨티의 실적 개선세는 부실채권 손실에 대한 상각 비용이 33억 9000만달러로 전년대비 절반 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 전년대비 77% 늘어난 10억 9000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했지만, 매출은 전년대비 17%나 감소했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주 수익원인 채권, 외환 거래 등의 매출이 53%나 급감했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줄어든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감원 등 영업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 실적발표 뒤 올해 1000명을 감원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통해 연간 12억달러를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들의 매출 감소는 최근 강화된 정부의 규제와 경기 침체 우려로 영업 환경이 악화된 탓이 크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마련된 `도드-프랭크 법`의 발효로 수익성이 높은 장외 파생상품 거래가 급감하면서 금융사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은 "글로벌 거시경제 우려로 인해 2분기 영업 환경은 어려웠다"면서 "특히 일부 사업부문은 리스크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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