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안승찬기자] 국내 대표적 컴퓨터 업체인
삼보컴퓨터(014900)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 달 현주컴퓨터의 부도 이후 삼보컴퓨터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 국내 최고의 IT사업으로 각광받던 국내 PC산업이 씨가 말라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작년부터 PC산업 위기고조
현주컴퓨터가 부도나기 이전인 지난해부터 현대멀티캡을 비롯해 `나래해커스` 브랜드로 PC사업을 해온 나래앤컴퍼니, 로직스, 컴마을 등 여러 중소 컴퓨터업체가 문을 닫거나 도산했다.
여기에는 전반적인 PC산업의 성장성 둔화와 함께 업체간 과다 경쟁, 중국에서 생산된 초저가 PC까지 나오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세계 PC시장은 지난 2000년말부터 급격히 악화되면서 2001년에는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침체의 늪에 빠졌다. 살아남기 위해 업체간에 과다한 가격경쟁이 벌어졌고, 휴렛패커드(HP)와 컴팩의 합병, IBM의 PC사업 매각 등도 이런 추세 속에서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PC산업은 마진이 적은 구조로 돌아선지 오래"라면서 "기술 진입장벽에 너무 낮기 때문에 중국 등에서 생산된 초저가 공세에 높은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위기 속에 생존한 기업도 있다
PC산업의 불황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PC업체들은 여러가지 자구노력으로 사업을 생존시켰다.
국내 컴퓨터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005930)는 지속적으로 프리미엄 기능을 갖춘 고가제품을 출시하며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취했다.
또 해외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PC는 전체 물량을 국내에서 OEM으로 제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트북의 경우 생산시설을 모두 중국으로 옮겼다.
LG전자(066570)도 이익률이 높은 노트북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PC의 이익률이 1% 수준인데 반해 노트북의 이익률은 10% 이상"이라며 "2001년부터 노트북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보·현주컴, `전략부재`로 위기
현주컴퓨터의 도산과 삼보컴퓨터의 법정관리 신청 등을 PC산업의 침체 탓으로만 돌리기 힘들다. 전략의 부재나 부실한 경영이 위기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
실제로 삼보컴퓨터의 지난 2000년과 200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보컴퓨터가 거느라고 있는 계열사나 투자사는 총 22개에 달한다. 이는 해외영업을 위해 설립한 지사를 제외한 수치다.
삼보컴퓨터는 IT 벤처붐을 타고 초고속 인터넷업체인 두루넷을 포함해 케이블TV 방송업체인 한빛아이앤비, 겟모아증권중개, TG벤처 등에 무리하게 손을 대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다.
올 1분기에도 삼보컴퓨터는 1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분법 평가손으로 2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PC산업과 관계없는 무리한 확장정책이 유동성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인 셈이다.
현주컴퓨터 역시 건설사업에 뛰어드는 등 PC사업 이외 영역에 손을 댔다. PMP, MP3플레이어 등 신규사업 진출도 검토하는 등 지속적인 사세확장 정책을 펴왔다. 여기에 신임 사장의 자금횡령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부실경영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삼보컴퓨터와 현주컴퓨터 사태의 경우 PC산업의 위기 때문이라기 보다 내부적인 경영실패의 원인이 보다 직접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주연테크의 경우 저가형 PC를 생산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있는데다 최근 실적이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며 "PC시장이 침체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 실패를 시장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책임회피"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