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에 못질한 KBS 드라마팀…서경덕 "처벌로만 끝날 게 아냐"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팀
안동 병산서원에 못 박고 소품 설치 논란
KBS "수습 대책 진지하게 논의 중" 입장
SNS 글 올린 서경덕 "시민 의식 개선해야"
  • 등록 2025-01-03 오전 9:33:54

    수정 2025-01-03 오전 9:33:54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이젠 단순 처벌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문화재의 중요성에 관한 ‘시민의식’을 개선해야만 할 것입니다.”

한국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3일 SNS 계정을 통해 KBS 드라마 제작팀이 소품 설치를 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기둥 등에 못을 박은 사건을 다루며 이 같이 밝혔다.

드라마 소품 설치로 훼손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사진=서경덕 SNS)
서경덕 교수(사진=서경덕 SNS)
서 교수는 해당 글에 “KBS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측이 최근 드라마 촬영을 위해 병산서원 곳곳에 못을 박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문화재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썼다.

이어 그는 “지난해 8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선릉의 봉분을 훼손한 사건, 2년 전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 테러를 벌인 사건 등 어이없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문화재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서 교수는 “K콘텐츠의 전 세계 확산으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고자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문화재를 아끼고 잘 보존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산서원은 류성룡(1593~1598)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서원으로 1978년 사적 제260호로 지정됐다. 2010년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안동’, 2019년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안동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전날 이데일리에 “촬영 허가 신청 때 촬영 장소에 대한 추가 설치 논의가 없었고 허가 조항에는 ‘훼손금지’가 명시돼 있었다”며 “그럼에도 제작팀에서 드라마 촬영에 필요한 소품을 마음대로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인 연락을 받고 현장을 찾아 해당 소품을 철거 조치했다. 외관상 3㎜ 길이의 못 다섯 개를 박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유산청과 협의해 훼손된 부분에 대한 복구 조치를 할 예정이며 드라마 촬영팀에 대해선 행정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는 전날 “사태의 심각성 깨닫고 정확한 피해 확인과 수습 대책을 진지하게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KBS는 “제작진은 지난 연말 병산서원에서 사전 촬영 허가를 받고 소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현장 관람객으로부터 문화재에 어떻게 못질을 하고 소품을 달수 있느냐는 내용의 항의를 받았다”며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KBS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KBS는 “드라마 관계자가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끝으로 KBS는 “드라마 촬영과 관련한 이 모든 사태에 대해 KBS는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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