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이모(38)씨는 집 근처 대학교에 가수 ‘10cm’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과 함께 찾았지만 가수의 옆 모습만 바라보다 돌아갔다. 주최 측이 재학생, 졸업생 등 관련자들에게만 무대가 보이는 관객석에 들어갈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무대 중앙에서 30m가량 떨어진 지역에 외부인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지만, 공연을 관람하기엔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과거 지역의 축제였던 대학 축제가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축제 공연에서 외부인을 막고 재학생 등 대학 관련자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대학이 많아지고 있는 탓이다. 주최 측은 등록금을 낸 재학생들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화합의 장이었던 대학 축제가 배타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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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이데일리가 서울 지역 대학 24곳의 축제를 살펴본 결과 모든 대학이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거나 별도의 별도의 외부인 공간을 설정해 운영하고 있었다. 성균관대, 건국대, 이화여대 등은 아예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도 했다.
입장하는 학생들을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불과 10m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이곳은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아닌 외부인들이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어학당에 다니는 외국인이나 동네 주민들 역시 이곳에서 무대를 봐야만 했다. 자리를 잘 잡은 사람은 무대의 옆 모습이라도 볼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나무나 천막 등으로 가려져 무대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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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학교 무대 공간이 워낙 좁고 재학생이 2만명에 달하다 보니 (외부인 제한은)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외부인들 보시라고 무대 바로 옆에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두고 시야에 방해되지 않도록 나무에 가지를 치는 등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여론 역시 이번 결정의 배경 중 하나였다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재학생들 역시 주최 측의 이같은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재학생 신준호(24)씨는 “학교 구조상 워낙 좁고 계단이 있는 형식이라 안전을 위해,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학생 조모(22)씨는 “우리가 낸 등록금으로 부른 가수들이니 우리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며 “외부인을 차단하지 않으면 대포 카메라를 들고오는 등 관람에 방해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배타적인 움직임은 청년 세대의 불안이 드러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세대가 노력해서 예를 들며 명문대에 입학하더라도 거기에 대해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됐다”며 “그러다보니 불안한 청년들이 스스로 대우 받으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자연스럽게 남들과 다른 점을 보여주기 위해 폐쇄적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