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와 동시에 백만장자…알아서 굴려주는 ‘이것’ 덕분

[돈이 보이는 창]
韓TDF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 순자산 9조원
"장기 수익률·자산배분곡선 등 따져야"
"안정성에 방점, 예적금 금리 이상 기대해야"
  • 등록 2021-10-31 오후 9:00:00

    수정 2021-11-01 오전 12:24:05

(사진=AFP)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33만4000명. 피델리티가 조사한 세전 기준 금융자산 100만 달러(우리 돈 11억원)를 은퇴 자산으로 쥔 미국 근로자들의 숫자다. 이른바 ‘401K 백만장자(Millionaire)’로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나 사상 최대인 41만2000명을 기록했다.

401K는 우리나라의 개인형퇴직연금(IRP)과 같은 미국의 퇴직연금계좌다. 뱅가드에 따르면 ‘401K 백만장자’를 만들어낸 401K 투자자의 75% 이상은 적어도 타깃 데이트 펀드(TDF, Target Date Fund)에 자금 일부를 투자하고 있다.

국내서도 TDF, 타깃 인컴 펀드(TIF·Target Income Fund) 등을 포함하는 라이프사이클 펀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초고령화 시대 초읽기에 노후 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어느덧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순자산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라이프사이클 펀드 10조원, 주역은 TDF

31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9일 기준 라이프사이클 펀드에는 연초 이후 3조480억원이 신규 설정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 1조5687억원이 흘러들어간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가파른 성장세에 2019년 말 4조원대에 달했던 라이프사이클 펀드 순자산은 올해 10조원을 넘어섰다.

라이프사이클 펀드의 성장을 주도하는 상품은 단연 TDF다. 2018년 말 1조3000억원 수준이었던 TDF 순자산은 같은 날 기준 9조2249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2018년 당시 운용 펀드는 64개에 불과했지만 3년 사이 129개로 대폭 늘어났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target date)으로 삼아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다. 미국에선 TDF가 일찌감치 퇴직연금의 주요 투자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1993년 바클레이즈, 웰스파고, 피델리티가 첫 선을 보였고, 2006년 미국 연금보호법 제정 이후 자동 가입 제도, 2007년 QDIA(Qualified Default Investment Alternative, 적격 디폴트 투자 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줬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TDF 운용 자산 규모는 2007년 183억 달러에서 2020년 1조5870억 달러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에서 투자된 TDF 자금 규모도 167억원 달러에서 1조3550억원 달러로 늘어났다. 2020년 말 기준 전체 TDF 자산의 85%가 퇴직연금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서도 제도가 양적 성장의 뒷받침이 됐다. 2018년 금융 당국은 ‘적격 TDF’ 제도를 도입했다. TDF 중 운용 기간 내내 주식 비중이 80%를 넘지 않고, 목표 시점 이후에는 40%를 넘지 않는 것을 ‘적격 TDF’로 분류하고 이를 위험자산으로 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개인 퇴직연금 계좌의 적립금 전부를 TDF에 투자할 길이 열렸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TDF는 편리한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질적 성장도 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05년 라이프사이클 펀드를 선보였고, 삼성자산운용이 2017년 TDF란 이름을 단 상품이 첫 출시했다. 현재 14개 운용사가 TDF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액티브 펀드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중심으로 저렴한 보수를 강조한 상품도 등장하는 등 선택지가 늘어나고 있다. 대체적으로 글로벌 운용사와 손잡고 있지만, 키움투자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올해 자체적인 자산배분곡선(glide path) 활용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알아서 비중 조절…“손쉬운 투자 수단”


TDF의 가장 큰 미덕은 편리함이다. TDF는 투자의 정석인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를 한 상품에서 해결해 주고 있다. 일단 국내외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에 분산 투자를 하되 생애주기에 맞춰 비중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상품이나 운용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자산배분곡선은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안전 자산의 비중을 높이도록 설계돼 있다. 투자자가 직접 분산 투자를 하는 것보다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또 은퇴 시점 인출을 감안한 장기 투자 상품이다. 노후 생활비 재원이 되기 때문에 무작정 고수익 기초자산만 고집할 수 없다.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하면 상품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투자 원금 손실을 방지하고, 인플레이션 위험에서 연금을 보호하는 절충적인 금융 상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DC(확정기여형)·IRP(개인형퇴직연금) 등 퇴직연금 계좌에선 자산의 70%까지만 주식형 펀드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지만, ‘적격 TDF’는 100% 투자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TDF 자체는 세제 혜택이 없으나 연금저축펀드나 IRP 계좌로 TDF를 운용하면 최대 700만원까지 소득공제 16.5%를 받을 수 있다.

선택도 어렵지 않다. 상품명에 힌트가 있다. 운용 순자산이 2조원이 넘는 ‘미래에셋전략배분TDF’ 시리즈는 2025부터 2050까지 총 6개로 구성돼 있다. 상품명에 따라 붙는 숫자는 예상 은퇴 시점으로 ‘빈티지’라 부른다. 빈티지가 높으면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주식 비중이 높다. 대부분 상품 구성이 5년 단위로, 자신의 예상 은퇴 시점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예상 은퇴 시점을 전후로 투자 성향을 고려해 근접한 연도 상품을 고르면 된다. 각 상품별 자산배분곡선과 과거 수익률, 변동성, 총보수와 환헤지(위험회피) 여부 등도 고려 요인이다.

민주영 키움투자자산운용 퇴직연금 담당 이사는 “생업이 있는 일반 투자자들은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특정 상품에 한번 가입하면 사후 관리가 쉽지 않은데, TDF는 시장 상황이나 연령에 따라 알아서 비중이 조절돼 부담이 없다”면서 “3년 이상 장기 수익률과 설정액의 안정성 등은 따져봐야 할 요소”라고 조언했다.

물론 TDF가 만능은 아니다. 다양한 기초 자산에 분산 투자가 이뤄져 시장 평균을 뛰어넘는 높은 초과 수익률을 기대하긴 어렵다.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싶은 투자자 보다는 장기적으로 예적금 금리 이상 수익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더 적합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간적 여유와 투자 경험 등이 뒷받침 된다면 퇴직연금 적립금을 투트랙으로 운용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투자 성향에 따라 일부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TDF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단기적인 상승 모멘텀을 가진 테마나 섹터를 통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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