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교란 침입외래종 '등검은말벌' 세력확장 억제 가능성 확인

말벌부채벌레·큰턱말벌부채벌레 등 기생충 활용
  • 등록 2021-10-15 오전 11:07:11

    수정 2021-10-15 오전 11:07:11

[포천=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침입외래종 ‘등검은말벌’의 세력확장을 저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산림 내 말벌류의 생물학적 방제 방안’에 대해 최문보 경북대학교 교수팀과 공동연구 과정에서 등검은말벌의 기생자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등검은말벌은 2003년 부산에서 첫 유입 사례가 보고된 이후로 빠른 속도로 전국으로 퍼졌으며 2019년에는 환경부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됐으며 꿀벌을 주로 사냥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관련 산업의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생태계 교란으로 인한 생태적·공중보건적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방제를 위한 연구가 시급한 종이다.

연구팀은 올해 2종의 부채벌레가 등검은말벌에 기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국립수목원은 전국 산림에 대한 말벌류 분포 조사 과정 도중 등검은말벌의 복부에 기생하고 있는 부채벌레류를 확인했으며 DNA염기서열 등 조사를 통해 말벌부채벌레(Xenos moutoni)와 큰턱말벌부채벌레(X. oxyodontes) 2종임을 최종적으로 밝혀냈다.

등검은말벌 배다미 사이 기생하고 있는 큰턱말벌부채벌레.(사진=국립수목원 제공)
특히 말벌부채벌레(X. moutoni)에 기생당한 일벌의 경우 사냥 및 둥지 건설 같은 본연의 임무를 거의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해당 벌집의 확장을 저해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말벌이 초기 단계의 군체에서 세력을 확장시키는데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문보 교수는 “국내 토착 말벌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등검은말벌이 최초 침입지역인 부산 지방에서는 우점종이 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으므로 등검은말벌의 방제를 위한 천적 탐색 등의 기초연구는 지속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일권 국립수목원 연구사는 “등검은말벌 기생자의 발견은 국내 자생생물들의 외래종에 대한 적응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확인된 기생자를 활용하면 등검은말벌의 세력확장을 저해할 수 있는 가능성은 확인됐지만 아직 이들의 정확한 생태적 특성 연구가 미비해 추후 숙주나 말벌 군체에 미치는 영향 등 기생자로서의 가치를 알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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