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파산 위기'…항공업계 아우성에도 손 놓은 정부

지난달 국내항공사 국내·국제선 여객 42.4% '뚝'
'항공분야 긴급 지원대책' 부족..LCC 사장단 'SOS'
"긴급 지원 골든타임 놓치면 LCC 도산 시간문제"
정부, 자금 회수 가능성·국제 규정 염려에 "검토 중"
  • 등록 2020-03-01 오후 3:19:55

    수정 2020-03-01 오후 3:19:55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발(發) 입국자에 대한 제한 조치가 늘어나고 있어 항공사별 자구책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가적 재난 속에서 정부가 마련한 ‘항공분야 긴급 지원대책’이 무용지물이란 비판이 나온다. 작년 3월 신생 항공사 3곳에 항공운송사업 면허 발급하며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만 9개로 덩치만 키워놨을 뿐 정작 위기에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눈을 감았다는 지적이다.

1일 국토교통부 항공종합 정보시스템(에어포탈)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항공사 11곳(소형항공사 코리아익스프레스 포함)의 국내·국제선 운항은 4만8915편으로 전년 동기(5만7325편) 대비 14.7% 줄었다. 국내·국제선 여객은 576만1595명으로 전년 동기(1000만9923명) 대비 42.4%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내국인 출국과 외국인 방한객을 가릴 것 없이 여객 수요가 위축돼 항공업계는 퇴로가 없는 상태다.

대형항공사(FSC) 위기도 본격화했다. 대한항공(003490)은 매출 비중이 30%에 달하는 미주 노선의 조정에 돌입, 인천∼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보스턴 노선의 운항을 일부 감축하고, 기재도 일부 변경해 공급 조정에 나섰다. 비상경영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020560)도 유럽 노선 감축에 나섰다.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는 국가가 급증하고 있어 추가로 운항 중단 내지는 감편 노선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 ‘여행 재고’로 격상한 데 이어 29일 대구를 여행경보 4단계 ‘여행 금지’로 권고했다. 베트남은 지난달 29일 갑작스럽게 한국발 여객기의 하노이 공항 착륙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도중에 회항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빈 비행기를 띄워 현지에서 발이 묶인 승객을 데리고 오기도 했다.

국내 LCC는 이미 중국과 동남아 등 주력 노선을 줄줄이 접어 ‘개점휴업’ 상태다. 노선 운휴, 임원 사표, 임금 반납 등 자구책 마련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이에 따라 국내 LCC 6곳은 지난달 28일 공동 긴급 건의문을 내고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LCC 사장단은 “지금 LCC는 작년 일본 불매 운동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정부에 △무담보·장기 저리 조건의 긴급 경영안정 자금지원 △공항 사용료 및 세금 전면 감면 조치 등을 촉구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17일 항공분야 긴급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LCC를 대상으로 산업은행의 대출심사를 거쳐 최대 3000억원 내에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LCC업계는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사의 구조상 누적된 적자가 반영된 현시점에서 시중은행 상품을 통한 자금 조달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LCC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발표 이후 2주가 지났지만, 산업은행 대출팀을 소개받은 정도”라며 “산은으로서도 수백억원의 자금을 수혈하는데 회수하지 못할까봐 우려가 커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전례 없는 강력 대응을 주저하지 말아야한다”고 주문했지만, 정작 관계부처는 대출 자금 회수 가능성과 국제 규정 등을 염려하며 주판알만 튕기는 모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금 전면 감면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협약에 따라서 외국항공사도 같이 적용해야 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산은과 금융위 등 부처 간에 항공사의 어려움과 지원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 추가적인 단계적 지원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김이탁 항공정책관을 단장으로 하는 긴급 항공상황반(TF)을 꾸려 항공 노선과 관련된 국제적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장 유동성 위기에 놓인 LCC 입장에서는 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LCC 관계자는 “항공유, 항공기 리스료, 조업비 등 당장 써야 할 자금이 안 돌고 있다”며 “골든타임을 놓치면 도산하는 LCC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1만5000명에 달하는 일자리도 위험하다”고 실질적인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월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항공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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