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강남 일대를 다니다 보면 묘한 글귀가 종종 눈에 띕니다. 주요 사거리마다 이런 글귀의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나눔’은 예나 지금이나 미담 아닌가요.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나눔이 시대착오적일 건 또 뭔가요. 사연이 궁금해집니다.
현수막 전체 내용은 이렇습니다. ‘서울시는 골고루 나누어 사용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대한민국 경쟁력 강화의 지름길인 영동대로 세계화 개발을 막지 말라.’ 강남구 범구민 비상대책위원회가 내건 현수막입니다.
그 배경에는 현대차그룹의 공공기여금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부지를 샀습니다. 또 신사옥 개발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시 측에 1조7000억원의 공공기여금을 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사용처입니다. 액수가 큰 탓인지 너도나도 관심입니다.
이 글을 올린 분들의 심경도 이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공기여금을 다른 지역에 사용하는 건 유례가 없습니다. 삼성동에 100여 층이 넘는 건물이 생기면 당장 교통난을 비롯한 각종 불편이 생깁니다. 그러나 정작 이들 당사자는 협상 테이블에도 못 가고 구 측의 몫을 받아내지 못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비대위도 이런 우려를 알고 있습니다. 한 주민은 “점잖고 세련되게 얘기했을 때 계속 무시를 당하니 우리도 계속 (공격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나누는 것만큼 ‘잘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죠. 하루빨리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좋은 결론이 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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