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메르스 손실? 최악은 면했지만..'

6월 원외처방실적 전년대비 2.4%↓..종합병원 7%↓
상위업체 손실 규모 커..상위 20개업체 감소율 5%
대웅·동아에스티·SK케미칼 등 두 자리수 손실
  • 등록 2015-07-16 오전 10:44:50

    수정 2015-07-16 오후 5:16:41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로 상위 업체들이 큰 폭의 매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처방실적의 감소폭은 크지 않았지만 제약사들의 영업 패턴에 따라 희비가 확연히 엇갈렸다.

16일 의약품 조사 업체 유비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원외처방실적은 756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4% 줄었다. 전월과 비교하면 2.8% 감소세다. 최초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견된 5월 처방실적은 전년동기대비 4.9% 줄었다. 지난 5~6월 두달간 처방실적은 1조5342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94억원(3.9%)이 사라졌다.

의료기관에서의 메르스 감염의 확산으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의약품 처방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메르스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6월 한 달 동안 영업사원들은 거래처 방문을 자제하는 등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됐었다. 다만 영업현장에서 우려했던 대규모 손실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제약사들 입장에선 위안이다. 한국제약협회는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토대로 메르스 여파로 매출액이 전월 대비 약 10%(약 1200억원) 줄었다는 추정치를 내놓은 바 있다.

의료기관 규모별 처방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대형병원에서의 처방실적 감소 폭이 컸다. 지난달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의 처방실적은 3393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6.9% 감소했다. 이에 반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처방액은 1.5% 늘었다.

대형병원 응급실, 입원실을 중심으로 메르스 감염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환자들이 종합병원 방문을 자제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동네 의원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제약사별 원외 처방실적 추이(단위: 억원, %, 자료: 유비스트)
제약사들의 처방실적 현황을 보면 전반적으로 상위업체들의 손실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처방실적을 기록 중인 화이자를 비롯해 한미약품, 종근당, MSD, 대웅제약, 노바티스 등 상위업체들 대다수는 전년동기대비 처방실적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화이자는 326억원에서 307억원으로 5.9% 줄었고, 한미약품도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웅제약(069620)동아에스티(170900)는 각각 처방실적이 10.4%, 16.1% 쪼그라들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아스트라제네카, CJ헬스케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한독(002390), 한림제약, SK케미칼(006120), 얀센 등의 매출 손실규모가 10%를 넘어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마다 주요 활동 거점, 주력 처방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업체별로 손실 규모도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종합병원 의존도가 높은 상위제약사나 다국적제약사에 손실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상위 20개 업체의 처방실적 감소율이 5.3%로 평균치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또 메르스 감염 위험을 이유로 어린이들의 외부 활동이 위축되면서 소아과나 이비인후과 분야를 강점으로 하는 업체들의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다. 같은 제약사 내에서도 품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메르스의 영향이 미미한 업체도 있었다. 유한양행(000100)은 지난해 6월 원외처방실적 217억원에서 지난달 228억원으로 4.7% 상승했다.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신약 제품들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데다 주력 제품이 한 두달에 한번 꼴로 처방받는 만성질환 치료제가 많아 메르스 여파를 빗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삼진제약(005500), 대원제약, JW중외제약 등도 처방실적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업체 한 마케팅본부장은 “만성질환자와 같이 약을 꼭 먹어야 하는 환자들이 의약품 복용을 줄이지는 않기 때문에 메르스 환자 감소세와 함께 전체 매출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미 발생한 매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제약사들의 영업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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