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3일 영국계 스위스 기업인 엑스트라타의 믹 데이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연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기침체로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광산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현금 확보압력을 받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기업 인수에는 적격이라고 설명하면서 인수 대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원자재 수요를 억눌렀고, 광산사들의 재정난은 지난 1분기까지 계속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매년 원자재 조달에서 해외 광산사들의 횡포에 시달려온 해외 정부·기업들은 전략적인 광산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기업 지분 인수는 최단시간에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간주되는 만큼, 저평가됐을 때 싼값에 매입해 상품가격 급등기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 중국 "막대한 외환보유고로 승부"
`매주 새로운 자원 인수소식이 전해진다`고 할 정도로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자원확보에 적극적이다. 지난 2월 팡 샹푸 중국 외환관리국(SAFE) 부국장은 국내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활성화 하기 위해 2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를 이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같은 계획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해외 자원기업 매입 움직임은 자원부국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특히 호주기업 매입에 큰 열의를 나타내고 있는데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중국 기업들이 인수를 제안하거나 인수한 호주 기업들은 모두 97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규모의 3배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중국 메탈러지컬 코퍼레이션(MCC)은 호주 와라타 코울이 계획하고 있는 51억5000만 달러 규모 퀸즈랜드 유연탄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대신 와라타 코울은 지난해 중국의 유연탄 수입량의 75%에 이르는 3000만톤의 유연탄을 해마다 수출할 방침이다.
중국은 에너지 자원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지난 2월 러시아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송유관 업체 트란스네프트에 250억 달러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20년간 3억 배럴의 원유를 공급받기로 한 바 있다. 또 카자흐스탄에도 100억달러를 지원하는 대신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회사 지분 50%를 확보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페트로차이나가 정유업체 싱가포르 페트롤륨 지분 10억 달러 어치를 매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페트로차이나는 주식시장을 통해 싱가포르 페트롤륨 주식 45.5%를 10억2000만달러에 매입키로 케펠과 합의했다. 케펠은 싱가포르의 테마섹홀딩스가 부분 소유한 기업이다.
◇ 일본·인도·카자흐스탄 등도 자원확보 박차
일본을 비롯한 해외 각국 정부와 기업들도 지금이 자원확보에 적격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일본은 해외 에너지자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노력해왔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해외 에너지 프로젝트 가운데 15%를 확보하고 있었고, 40%까지 늘릴 계획이었지만 유가 급등과 중국의 부상으로 성과는 중국에 비해 다소 뒤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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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본은 오늘날 많은 에너지 프로젝트들이 신용위기로 무산 위기에 처해 있고,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노리고 있다. 유가는 최근 70달러대에 육박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 2008년 7월 기록한 최고가인 배럴당 147.27달러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 1월 니폰 오일은 파푸아 뉴기니의 유전 개발권을 획득했다. 일본 최대 원유개발 회사인 인펙스도 남미와 호주의 원유개발권을 취득했고, 니폰오일과 인펙스를 포함한 컨소시엄은 이라크 남부지역 프로젝트 개발권 획득을 겨루고 있다.
지난해부터 자원확보 경쟁에 합류한 인도는 러시아 임페리얼 에너지 인수에 이어, 아프리카의 연료탄 및 철광석 광산 입찰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인도 철광석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는 NMDC는 철광석과 망간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의 코파노 케 마틀라 인베스트먼트와 7월까지 조인트벤처를 구성할 전망이다.
◇ 원자재 가격 오름세..계약 취소도 잇따라
`더 오르기 전에 매입하자`는 각 국 정부와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한편 올들어 원유와 구리 등 자원 가격은 점차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원유선물 가격은 올들어 53%,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선물 가격은 62% 상승했다.
동시에 광산주 주가도 오름세다. 미국의 프리포트 맥모란 카퍼 앤 골드는 지난 5월 한달간 28%의 급등세를 나타냈으며 앞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리포트 맥모란 카퍼 앤 골드는 글로벌 원자재 재고수준이 낮다는 점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론 기업실적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상품가격과 광산주 주가가 상승하면서, 투자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한편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올해 중국기업으로서는 최대 투자금액인 195억 달러를 제안했던 치날코의 리오 틴토 투자는 지난 5일 최종 결렬됐다. 당시 리오 틴토는 시장 상황이 개선돼 투자를 받지 않고 스스로 부채를 해결하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해외 정치인들과 기업 경영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변수다. 아르셀러 미탈은 지난해 3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크라카타우 스틸 지분 40%를 인수하고, 새로운 스틸공장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 아르셀러 미탈은 크라카타우 스틸 경영진과 인도네시아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지분 인수와 공장 설립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한편 자원확보의 주된 타겟이 됐던 호주는 보유자원을 지켜야 한다는 자의식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호주의 닉 제노폰 상원의원은 지난 5월, 텔레비전 광고에서 자원 매각을 억제해야 한다면서 “하나의 국가로서 전략적 자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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