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갑부이자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의 오른팔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6일(현지시간) 버핏과 세계 각국 기자들의 회견이 열린 오마하 매리어트 호텔에서 만나 본 찰스 멍거(83)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을 만나 본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옛말이 과연 맞구나"였다.
그는 버핏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할 동안 대부분 옆에서 혼자 과자를 먹거나 뚱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채 앉아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버핏과 기자들이 나누는 대화의 결론을 내려주거나 촌철살인의 멘트를 던지는 모습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버핏이 버크셔의 부회장이고 멍거가 회장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왜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가 거둔 성과의 절반은 멍거 덕택이라고 강조하는지, 어느 장소에든 멍거와 같이 다니고, 그를 최고의 파트너이자 친구라고 밝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야말로 버핏의 또다른 분신(alter ego)이었다.
멍거는 1965년부터 변호사 일을 접고 투자 업무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버핏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투자자로서 멍거의 재능을 눈여겨 본 버핏이 법에서 손을 떼고 투자에 치중하라고 강력하게 권고한 것.
실제 투자자로서 멍거는 버핏에 뒤지지않는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다. 버핏의 사업 파트너로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인 1962년부터 1975년까지 멍거가 거둔 수익률은 연 평균 24.3%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다우 지수는 불과 6.4% 올랐다.
이후 멍거는 본격적으로 버핏과 버크셔를 위해 일하기 시작한다. 현재 멍거는 버크셔 부회장직 외에도 버크셔가 80.1%의 지분을 소유한 웨스코 파이낸셜의 회장도 겸하고 있다.
버핏과 기자들의 회견이 끝난 후 멍거에게 버핏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대뜸 "우리의 관계는 오래된 결혼과도 같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다투기도 하다가 이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말이 없어도 편안한 노부부와 같은 관계라는 의미다.
버핏이 없는 인생을 생각해 본 적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멍거는 빙그레 웃으며 "나는 능력있는 사람이어서 어떤 상황에서도 그에 맞게 대처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멍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선재단에 대해 다소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엑손 모빌과 포드 파운데이션(포드가 설립한 자선재단) 중 누가 더 사회 기여를 많이 했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엑손 모빌을 택하겠다"며 "엑손 모빌은 원유 채굴비용을 낮춰 유가를 낮추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 자신이 자선활동에 인색한 것은 아니다. 그는 첫 부인 낸시 멍거가 졸업한 스탠포드대 로스쿨에 4350만달러 규모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500주를 기부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