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미국 증시를 강타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아시아로 번지면서 글로벌 증시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 주요 증시가 대부분 1%대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한국 증시는 광복절로 하루 휴장하면서 충격은 비껴갔지만 향후 충격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15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간밤 뉴욕 증시가 3% 안팎의 폭락세로 마쳤다는 소식에 장 출발부터 낙폭이 컸다. 무엇보다 지난 2007년 6월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국채금리(수익률)가 역전됐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움츠러들었다. 경기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본격 약세장으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됐다.
이날 일본 닛케이 지수는 장중 2.3% 가량 급락하는 등 패닉 장세를 보이다 전일 대비 1.2% 약세로 장을 마쳤고 토픽스 지수도 1% 넘게 밀렸다. 이로써 닛케이 지수는 지난 2월8일 이후 6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날 우리 증시는 광복절로 휴장하면서 ‘R의 공포’에서 자유로웠지만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다음날 개장 후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국내 증시의 주요 수급주체인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염려되고 있다. 김경훈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우려의 확산으로 강한 패시브자금(지수 추종 자금) 유출 시그널이 재차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패시브펀드의 대표적 인덱스인 MSCI 신흥국(EM)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아이셰어즈(iShares) MSCI EM ETF의 설정좌수 변화를 보면 4959억원의 자금 유출이 산출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중국, 독일의 경제지표 부진 등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미국에서 장단기금리차 역전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러한 우려는 8월 MSCI EM 정기변경과 맞물리며 패시브 외국인 자금의 리스크 오프(위험 회피)가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 현상은 발생 이후 평균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장 붕괴(Market Crash)가 도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글로벌 증시의 약세장 진입 시점은 3~4년 후인 2022~2023년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증시의 경우 미국보다 앞서 급락세를 연출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만큼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 최저 수준까지 추락한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보면 코스피는 진바닥 영역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기적 관점에서 낙폭과대주 또는 고배당주에 대한 적립식 투자가 유효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