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시스템에어컨 개발할 당시 에어컨 시장은 가정용 위주였다. 상업용이나 산업용에 특화된 에어컨은 낯설었다. 가정용 에어컨(23평형)은 2.86 마력 수준. 초기 시스템에어컨은 10마력 수준으로 용량이 훨씬 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성능을 측정하는 실험실이나 장비 등이 전혀 없었다. 따라서 당시 개발자들은 시스템에어컨 자체 뿐만 아니라 실험장비나 실험방법도 스스로 개발해서 활용해야 했다.
당시 실외기에 있는 시스템에어컨 열교환기의 경우 침대보다 더 컸다고 한다. 이 수석은 "열교환기 근처에서 밤 늦게까지 실험하다보면 꼼짝없이 실험실에 갇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웃었다.
덩치가 큰 열교환기 뒤에서 실험하면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실험실 문을 밖에서 잠그고 퇴근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 그 다음부터는 열교환기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게 됐다고 한다.
이 수석이 소속돼 있는 DAS사업팀은 작년 9월 생활가전사업부에서 분리됐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사업을 관장하게 된 것.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하고, 공조사업을 세계 일류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윤 사장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TV를 세계 1위로 도약시킨 인물이다.
이 팀은 TV시장의 성공 노하우를 시스템에어컨에 접목,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역 넓히는 시스템에어컨
시스템에어컨 시장은 과거 고층 빌딩이나 공공건물 등 단순한 상업 및 산업용 냉난방시장에서 벗어나 기능과 영역이 고도화되고 있다.
강력해진 냉난방 기능은 물론이고, 환경 이슈와 맞물리면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에어컨이나 에너지 절감형 기능을 갖춘 제품이 나오고 있다.
공기 청정기능 등 건강을 고려한 제품도 등장했다. 프리미엄 주상복합용에만 일부 채용됐던 시스템에어컨은 소방법 개정 이후 일반 판상형 아파트로도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산업용이 전체 시장의 37%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은 34%, 상업용은 29%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100억달러 이상 규모인 구주와 북미, 중국, 일본시장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흥시장에서는 수주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업체간 제휴는 활발해지고 있다. 다이킨(선진기술)-거리(중국 원가경쟁력), 캐리어(선진기술)-미디어(중국 원가경쟁력)의 전략적 제휴가 대표적이다.
대형 빌딩용 공조관련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기업들도 차츰 늘어나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6가지 토털 공조솔루션으로 시장 돌파
삼성전자(005930)는 상대적으로 이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삼성의 기술 역량을 전문화시킨 6가지 토털 공조 솔루션으로 세계 선두 대열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조 솔루션의 기본은 냉난방 기능"이라며 "빌딩의 대형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 세계 최대 용량을 수용한 단일 제품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규제 강화 추세에는 지열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솔루션, 에너지를 원격으로 디지털화해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 절감 제어 솔루션의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실내 공기질은 물론 에어컨과의 연동되는 청정환기 솔루션과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건강 솔루션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글로벌 공급기지 확대..해외 점유율 강화"
삼성전자는 2008년 말 불어닥친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연평균 26%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세계 주요 공조시장 중 하나인 중국 시장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중국의 부동산 투자회사인 안휘치지와 2000만달러 규모의 협력 조인식을 맺었다.
안휘치지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위치한 중국의 대표적인 민영 부동산 전문투자회사다. 이 회사는 안후이성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안후이성은 특히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고향으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삼성전자는 안후이성의 주거와 상업, 산업 등을 총망라한 약 50만㎡ 면적에 맞춤 공조가 가능한 시스템에어컨 `DVM PLUS Ⅲ`와 함께 유지관리에 필요한 토탈 공조 솔루션을 일괄 제공한다.
국내의 경우 인천 송도의 주상복합 지구인 RM-1지구 계약을 체결했고, 환기 제품 단독으로 대전 지구 수주에 성공하는 등 위상을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략 중 하나인 `공급기지의 글로벌 확대`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기존 TV의 생산 거점을 활용하여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으로 에어컨 공급 기지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 등 신흥시장을 공략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건물들을 상대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문강호 삼성전자 DAS사업팀장 전무는 "작년을 기점으로 국내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며 "올해부터 해외 영업에 박차를 가해 시스템에어컨 매출 비중의 50% 이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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