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끌고, 이성태 밀고..협상 주역은?

강만수 이론·명분 제공..외교·금융 라인 `총동원`
14일 뉴욕서 가능성 확인..대통령 베이징 방문 때 확답받아
  • 등록 2008-10-30 오전 11:42:31

    수정 2008-10-30 오전 11:45:32

[이데일리 이진우 좌동욱기자] 29일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간 체결한 통화스왑 협정은 45년생 동갑내기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사진)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사진)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강 장관이 외교·금융 라인을 통해 미국에 끈질긴 구애를 펼쳤고, 이성태 총재가 강 장관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했다. 하지만 굳이 공과를 따지자면 이 총재보다는 강 장관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 협상 초기 미국측 반응 `냉담` 

우리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던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통화스왑 협정을 타진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측 반응은 냉담했다. 국제 결제통화가 아닌 원화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맞바꾸는 교환은 힘들다는 이유였다. 미국(AAA)과 한국(A)간 국가신용등급 차이도 무시할 수 없었다.


반전의 발판은 국제무대에서 마련됐다. 지난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그 시작.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을 설득하기 위한 우리측 노력은 대략 3가지 통로로 진행됐다.

우선 강 장관이 무대 전면에 나서 논리와 명분을 제공했다.

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긴급 소집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달러 지불 요구를 받은 신흥시장국이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려면 선진국 채권을 매도할 수 밖에 없다"며 "이는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리버스 스필오버(reverse spill-over)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버스 스필오버란 미국의 금융위기가 신흥국을 거쳐 다시 미국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 강 장관은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G-7 국가 중심의 통화스왑 협정을 G-20 국가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는 "장관의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우리 시장이 어려우면 미국도 어렵다는 것"이라며 "국제 사회는 외교적인 동정이 아니라 철저한 이해관계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논리를 강조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전한다. 
 
◇ 강만수 뉴욕 현지서 가능성 확인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협정 체결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한국은행도 강 장관의 이런 주장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이 총재는 강 장관의 G-20 연설 직후인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강 장관의 통화스왑 확대론에 대해 "결과물이 나왔을 때 이야기하자"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당시 배석했던 이광주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는 "현재 시점에서 달러와 원화를 서로 스왑하자는 논의는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며 정부측 노력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꽉 막혔던 협상이 뚫리기 시작한 것은 비공식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후로 전해진다. 강 장관은 워싱턴에서 개최된 IMF 연차총회 직후 뉴욕의 월가 거물들을 잇따라 만나, `리버스 스필오버` 논리를 전파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특히 뉴욕에서 씨티그룹 빌로즈 회장과 로버트 루빈 전 재무부 장관(씨티그룹 고문), 골드만삭스 존 윈컨리드 사장을 접촉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빌로즈 회장은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와 절친한 사이이며, 윈컨리드 사장은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인 헨리 폴슨 미국 재무부 장관과 연이 닿아있다. 귀국 직전인 14일엔 강 장관이 직접 가이스너 총재를 만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 장관도 "워싱턴에서는 노력하는 수준이었지만 뉴욕에서 접촉을 했고, 사실상 가능하다는 연락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 동갑내기 강만수·이성태 합작품

한미 통화스왑의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부와 한은의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실무 라인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것.

정부에서는 신제윤 차관보가 협상 파트너인 클레이 로리 미국 재무부 차관보와 전화 통화,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의견을 조율했다. 한은은 지난 8일부터 이광주 부총재보를 직접 미국에 파견, 연준 집행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실무진간 공감대가 형성되자 지난 21일엔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전화통화로 위기극복을 위한 국제 공조 원칙을 재확인했다. 강 장관은 이 대통령 베이징 방문(10월23일~26일) 기간 중, 가이스너 총재로부터 미리 귀뜸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강만수 장관이 IMF 총회에 갔을 때 상당 부분 이야기가 됐다. (뉴욕) 현지에서 긍정적 사인을 받고 와,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협정 체결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합작품이기도 하다. 실무협상 단계에서는 한은도 애를 많이 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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