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정부가 16일 경제장관간담회를 통해 마련한 내수진작 종합대책은 건설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건설 SPC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은 마땅한 투자처를 못찾고 넘쳐나는 시중 금융자원을 부동산쪽으로 대거 이동시키려는 정책의지를 담고 있다.
2차 추경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SOC 등 건설 투자에 배정키로 한 점에서도 건설부양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비관적 경기전망에 근거한 정부의 이런 부양책은 효과가 큰 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건설부양 대책 주요 내용 = 현행 제도에서는 건설업체들이 대규모 SOC 사업이나 주택건설 사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자기자본이 부족한데다 신용등급도 낮아 금융지원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키로 한 제도가 바로 건설 SPC이다. 건설회사 뿐 아니라 금융회사들까지 함께 투자하는 무형의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면 건설회사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확보할 수 있어 금융차입이 한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을 적용해 여러 금융회사가 지원한 협조융자를 재원으로 대규모 건설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금융의 물꼬를 터 잠재돼 있던 건설투자를 실현시킨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건설회사로서는 SPC에 대한 투자수익과 SPC가 발주한 공사를 수행하는 영업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고, 금융회사도 SPC 투자수익과 더불어 SPC에 대한 여신을 통해 역시 영업수익을 얻게 된다.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될 제2차 추경예산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000억∼8000억원 가량이 SOC 등 건설투자에 집중 배정된다. 이 예산은 도로,철도,항만,공항,주택건설 지원 및 용수개발과 수리시설 개보수 등 농어촌 투자사업에 투입된다.
2003년에 예정돼 있던 국민임대주택 건설물량 일부를 내년으로 앞당기기로 한 것은 내년중 건설수요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 경우 내년도 국민임대주택 건설물량은 당초 계획된 5만2500호를 훨씬 상회, 올해(3만5000호)의 2배 수준이 될 전망이다.
가구당 1500만원씩 지원되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에 대한 국민주택기금의 대출금리도 연 6%로 1%포인트 인하할 계획이다.
◇"건설투자 확대가 경기부양에 최고" = 정부가 이처럼 SOC를 중심으로 한 건설투자 확대를 내수진작 종합대책의 골자로 마련한 것은 그만큼 경기부양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8년을 기준으로 건설투자의 생산유발계수는 1.901로 나타났다. 건설부문에 1조원을 투입하면 9000억원의 생산이 간접적으로 추가 발생, 2배의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제조업 분야에서, 3200억원은 서비스업 부문에서 생긴다. 건설부문에 1조원을 투입할 경우 새로 창출되는 고용만도 3만1066명에 달한다.
설비투자의 생산유발 효과도 1.848로 매우 높은 편이지만, 건설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정책으로 부추기는데에 한계가 있다.
국내 SOC 투자가 98년과 지난해 각각 5.3% 및 5.8%씩 감소하는 등 외환위기 이후 매우 미진했던 점도 고려됐다.
◇"경기회복 6개월 지연..성장기반 훼손 방지" = 정부가 내수진작책을 보강키로 한 것은 미국의 테러사태 등으로 인해 경기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6개월 가량 지연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복이 지연되는 동안 침체가 가속화, 실업이 사회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는데다 우리 경제의 성장기반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것.
이번에 마련한 내수진작책이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인하, 감세 등 거시적 수단 뿐 아니라 기업규제 완화와 건설투자 및 설비투자 지원확대, 실업대책 강화 등 미시적 수단까지 망라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한 정책공조의 성격도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거품발생 부작용 우려 = 건설투자 확대를 골자로 강화된 정부의 내수진작 종합대책은 그러나 경기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전망, 과잉대응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3.0%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수출도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는 있지만 미국 테러사태로 인한 충격파는 구체적으로 감지되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백화점 매출과 활발한 해외여행 등에서 보듯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활동은 여전히 강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부담이 큰 건설투자를 대폭 확대됨으로써 거품이 재연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난 82년부터 95년까지의 건설투자가 경제성장에 미친 효과를 분석한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투자 확대는 즉각적으로 높은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투자의 변동이 생긴 뒤 9개월쯤 뒤에는 물가압력이 최고조에 달하며, 이후에도 총 30개월간 지속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높인다는 것. 건설투자 확대는 땅 값과 건자재 가격, 인건비 등의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부양 효과는 6개월간 매우 크게 나타나지만, 이내 효과가 떨어진 뒤 18개월 이후부터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한국은행 분석 결과다.
내수부양의 과실이 고소득층에 더 많이 돌아가는 가운데 부동산을 중심으로 물가상승이 더욱 가속화될 경우 중산·서민계층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질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