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온통 악재들로 둘러싸여있다. 국내외 증시 약세에 국제유가 상승, 동남아통화 추락등 다양한 악재들이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부담을 주고있는 가운데 26일엔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가능성이 더해졌다. 아르헨티나 위기는 이머징마켓 전반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원화가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외환시장은 장중반까지 악재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듯 했지만 공급물량 부담을 떨쳐버리지는 못했다. 달러/원 환율은 온갖 악재들을 반영하며 개장초 1140원대에 다시 진입했지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 수준을 몹시 부담스러워했다. 결국 이날 거래가격중 최저인 1137.40원으로 마감, 전날대비 상승폭이 30전에 불과한 보합권으로 되돌아왔다.
◇외환시장의 악재가 증폭
외환시장을 포위한 악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환율에 영향을 끼쳐왔다. 문제는 이들 악재가 해소될 기미는 전혀 없는 가운데 끊임없이 추가악재가 돌출한다는데 있다.
하루하루 방향을 예측키어려운 국내외 증시는 예외로 하더라도 중동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나 필리핀 페소화, 태국 바트화등을 중심으로한 동남아 통화 추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르헨티나 문제역시 이머징마켓 전체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지고 결국 각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동남아 각국 통화가 올들어 20%이상 폭락한 데 비해 원화는 오히려 약간 올라있는 상태”라며 “원화만 예외인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달러공급우위 확실한가
월말이면 수출기업들의 네고물량이 외환시장에 유입돼 환율을 떨어뜨리는게 일반적이지만 이달엔 상황이 좀 다르다. 네고물량 공급이 예상보다 적고 이에 따라 환율은 1130원대후반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있다.
26일 환율이 1141원대로 치솟았다가 보합수준으로 되돌아온 것은 쌍용양회의 외자유치자금이 곧 외환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봤기 때문. 3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이는 쌍용양회관련 자금이 달러수급구조를 공급우위로 만들어 환율하락세를 이끌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주식순매도규모를 다시 늘린 점은 이런 일방적인 전망을 위태롭게 만든다. 이날 외국인들은 증시에서 1716억원에 달하는 주식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자금이 외환시장에 역송금을 위한 달러수요로 등장할 경우 쌍용양회 관련 자금을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네고자금 공급이 부진한데 대해 시장참가자들은 이달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10억달러 안팎에 머물 것이란 전망과 연계시켜 생각한다. 수출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네고자금 공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뜻.
거주자 외화예금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있는 점도 달러공급요인이 약해질 것이란 근거중 하나다. 시중은행 딜러들은 외화예금 가운데 실제 여유자금으로 외환시장에 즉시 나올 물량이 많지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상승, 하락이 모두 쉽지않은 상황
환율 상승요인이 많지만 당국이 환율의 급변동을 바라지않는다고 수차례 공언해놓고있어 1140원대 진입도 버거워하는 분위기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달러공급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환율상승 시도가 여러차례 좌절되면서 시장참가자들도 이젠 "상승이 쉽지않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환율하락은 더더욱 쉽지않다. 역외세력은 헤지용이든, 투기용이든 달러를 사는데 주력하고있다. 시장의 악재 가운데 어느 것 하나 해결된게 없다. 이런 정황을 반영하듯 26일 현물환 거래량은 20억달러에도 못미쳤다. 이달들어 처음이다. 외환딜러들의 거래가 신중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지금은 달러를 팔기도, 사기도 내키지않는 상황”이라며 “장중 환율움직임이 크더라도 종가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도 이런 시장의 심리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다른 시중은행 딜러는 “이달 중순이후 환율이 1130원대에서 주로 형성된 것으로 볼 때 환율수준이 이전보다 한단계 올라선 것은 분명하다”며 “지금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무너지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아무래도 위쪽으로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