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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캠퍼스 폐쇄…“3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일”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에 따르면 컬럼비아대의 미노슈 샤피크 총장은 유월절 하루 전인 이날 성명을 내고 친팔레스타인·반유대주의 시위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캠퍼스를 폐쇄하겠다는 얘기다.
샤피크 총장은 성명에서 “우리 (캠퍼스 내) 의견충돌이 최근 며칠 동안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긴장은 컬럼비아대와는 관련이 없는, 자신의 의제를 추구하기 위해 캠퍼스에 온 개인들에 이용되고 증폭됐다”며 “우리는 (분위기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반대하며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벌이다가 지난 19일 108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연행된 데 따른 조치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이달 18일부터 캠퍼스 점거 투장에 나섰고 “컬럼비아대는 이스라엘과 연계된 기업들과의 재정적 이해관계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항의했다. 대학과 경찰 모두 체포된 학생들은 학생 자격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샤피크 총장이 캠퍼스 내 시위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 정치권으로부터 사임 요구에 직면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컬럼비아대는 뉴욕 맨해튼에 있어 시위가 격해지면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미 공화당 하원의원 10명은 이날 “무정부 상태가 캠퍼스를 휩쓸었다”며 샤피크 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버드대와 펜실베이니아대 등 일부 명문대 총장들은 비슷한 사유로 이미 사임한 상태다.
컬럼비아대에 앞서 지난 15일부터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벌어졌던 미 코네티컷주 예일대에서도 이날 60여명의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피터 살로비 예일대 총장은 성명을 통해 “군중 단위의 협박, 괴롭힘 및 기타 유해 행위 등 심각한 행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예일대는 캠퍼스 내 유대인, 무슬림 및 기타 커뮤니티 구성원을 위협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시위대에 해산을 요청했고 체포되거나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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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학가 친팔레스타인 시위 확산…대선 영향 주목
문제는 컬럼비아대 학생들의 무더기 체포를 계기로 미 대학가에서 친팔레스타인·반유대주의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대, 미시건대,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이러한 대학가의 움직임이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주자로 나선 민주당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젊은층과 무슬림 유권자들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 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나는 반유대주의 시위를 규탄한다.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난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컬럼비아대 출신 일부 억만장자는 기부 및 지원 중단을 검토 중이다. 크래프트그룹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로버트 크래프트는 “모교인 컬럼비아대가 반유대주의 증오에 맞서 시위를 끝내고, 신뢰와 존경을 되찾기 위해 학생 및 교직원 보호 노력을 보일 때까지 기부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축구팀 소유주이기도 한 그는 반유대주의 퇴치를 위한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2000년 컬럼비아대 캠퍼스 내 유대인 학생들을 위한 크래프트센터를 건설했다.
오메가 패밀리 오피스의 회장 겸 CEO인 레온 쿠퍼먼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불편하다”면서도 기부 중단과 관련해선 “아직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소한 지원 중단을 저울질은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CNBC는 크래프트와 쿠퍼먼의 입장은 지금까지 친팔레스타인·반유대주의 시위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소수의 부유한 컬럼비아대 기부자들을 대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