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정 인턴기자] 지난 7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제도 개편에 대해 찬성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기업도 바쁜 달 땡길 수 있어서 좋고 평달에 휴가 보내야 할 거 감안하겠지만 업무라는 게 달마다 유동적이니 대응하기 수월하다”면서 “돈 필요한 근로자는 돈 많이 버니 좋고 괜히 대리니 투잡이니 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온라인 공방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댓글은 개편안의 맹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특히 “노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중소기업이나 주52시간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의 휴식권은 더욱 보장되기 어렵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조사 결과 ‘노사 합의에 따라 필요시 연장근로 가능’이라고 응답한 근로자의 비중은 48.4%로 절반에 가까웠고 ‘워라밸 확보를 위해 연장근로는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 응답 비중은 이보다 적은 39.9%였다. ‘소득향상을 위해 연장근로를 적극적으로 희망한다’는 근로자 비중도 11.7%나 됐다. 전경련은 “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온 주 단위 근로 시간 규제는 시시각각 변하는 산업현장에 대응하는 데 한계”라면서 “일하는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20~30대 근로자들 가운데 이번 개편안을 긍정적으로만 인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A씨(26)는 “자꾸 MZ 라는 이름을 붙여서 일반화하는데,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 과로가 부담스러운 건 모두가 똑같다”면서 “하루하루의 워라밸이 중요해서 월차도 반차로 쪼개서 쓰는 마당에 몰아서 일하고 휴가 가기를 더 선호하는 직장인이 정말 더 많은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의 김설위원장은 스냅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청년 세대가 원하는 것은 업무 효율과 관련한 출퇴근 시간 유연화나 자발적인 근로 시간 선택제”라며 “이번 개편안은 근로자의 건강권을 해치고 사용자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현행 주52시간제가 제대로 작동하기도 전에 이런 정책이 시행되면 사회적 제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총 노동시간을 어떻게 단축해나갈 것인가를 기반으로 유연화 논의를 해야지, 현행 개편안이야말로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MZ 노조를 표방한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의 송시영 위원장 역시 “이 내용과 관련해서 협의체 내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전제 안에서는 반대를 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사측이 이를 악용했을 때 대처할 방안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