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대장동 4인방’ 일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에 대한 구속에 성공하며 실체 규명에 속도를 올리는가 했던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진이라는 ‘악재’를 마주했다. 이들의 구속기간은 최장 20일로, 그 사이 고강도 조사를 통해 공소장 작성은 물론 이를 발판으로 ‘윗선’ 수사에 나서려던 검찰은 그야말로 시간에 쫓기는 모양새가 됐다. 가뜩이나 수사팀 구성 직후부터 꾸준히 ‘늑장·부실’ 논란을 겪었던 검찰의 윗선 수사가 또 다시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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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 4일 구속된 김씨와 남 변호사를 구속 닷새 만인 이날 오후 불러 조사한다. 당초 검찰은 이들을 구속 이틀째인 지난 5일 부를 예정이었으나, 전담수사팀 내 코로나19 확진 사태가 발생하면서 주말을 넘겨 이날에서야 첫 조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당초 확진자는 전담수사팀 내에서도 주력으로 평가되는 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소속 검사 3명과 수사관 3명 등 6명이었지만, 나머지 팀원들을 상대로 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검사 1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현재 총 7명으로 늘었다. 이 중에는 전담수사팀을 총괄지휘하는 총괄부장으로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유경필 부장검사가 포함돼 있어, 총괄부장직은 당분간 범죄수익환수부 소속 유진승 부장검사가 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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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김씨와 남 변호사 구속기간인 20일을 두고 법조계에선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가 ‘윗선’으로 의심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향할 수 있을지 결정할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변호사는 “여러 의혹에서 이미 윗선 수사에 대한 의지를 의심 받아온 검찰이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 이어 김씨와 남 변호사 공소장에서도 이 후보를 뺀다면 윗선 수사 없이 접겠다는 것”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일단 검찰은 오는 10일 첫 공판기일이 잡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김씨와 남 변호사, 화천대유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4인방’과 공사 투자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까지 5명이 각자 역할을 맡아 공사에 ‘651억원+알파’의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있다. 이들 중 3명의 공소장에 이 후보의 이름이 빠진다면, 이는 결국 검찰이 이 후보까지 수사하지 않겠다고 결론 지은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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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은 날로 쌓이는데…“檢 멈춰선 것처럼 보인다”
당장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전 경기도·성남시 정책실장)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이 언급된다. 정 본부장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직전 그와 통화한 사실이 알려졌고, 황무성 전 공사 사장의 사퇴 종용 과정이 담긴 녹취록에도 거론된 인물이다.
황 전 사장의 사퇴 종용 당시 이 후보와 정 부실장을 언급한 당사자이자, 최근 대장동 4인방으로부터 2억원의 뇌물을 받은 의혹까지 제기된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 소환조사 역시 아직이다. 또 대장동 4인방과 부정한 거래가 의심되는 곽상도 무소속 의원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도 아직 검찰 소환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은 정 부실장을 소환도 못하고 오히려 그로부터 경고를 받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확보한 유동규 전 본부장 휴대전화 포렌식을 2주째 진행하고 있고, 검찰은 이를 마냥 기다리고 있다. 무엇을 두려워하는 건가”라며 강한 우려감을 드러낸 뒤 “알려진 핵심 인물들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연루된 이번 의혹은 매주 영장을 치고 소환조사를 벌여도 갈 길이 먼데 검찰 수사는 왜 더디기만 한지 그 배경이 궁금할 뿐”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