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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36명이 사망하는 등 150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냈다. 관광객으로 늘 붐비던 유럽 3위 공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터키가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소탕에 미국 등 서방국과 협력하고 있는데다 IS의 본거지인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최근 국제적인 테러의 무대로 떠올랐다. 내부적으로 소수 민족인 쿠르드 반군이 주도하는 테러 빈도수도 높아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비날리 일디림 터키 총리는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36명이 목숨을 잃었고 상당수가 부상을 당했다”며 “부상자 중 일부는 중태”라고 말했다.
이날 밤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3명의 테러범이 자살폭탄을 터트리는 테러를 감행했다. 경찰은 테러범 중 2명이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기 전에 총을 쏴 저지하려 했으나 범인은 결국 폭탄을 터트렸다.
폭발음이 들리기 전에 총을 쏘는 소리가 먼저 났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목격자는 테러범 중 한 명이 출국장이 있는 층에서 총기를 난사했다고 전했다.
공항에 마중나왔던 한 터키인은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고 소리도 엄청나게 컸다”며 “지붕은 무너져 내렸고 공항은 난장판이 됐다”고 전했다.
테러를 자행했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아직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터키 도간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브뤼셀 공항에서 일어났던 IS의 폭탄테러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점에서다. 당시 16명이 사망했다.
아타튀르크 공항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이용객이 많은 공항이다. 터키의 지리적인 이점 때문에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거점 공항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6100만명 이상이 이용했다. 테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테러범들이 아타튀르크 공항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간 대통령은 “이번 테러는 무장단체를 상대로 전 세계가 싸우게 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신성한 라마단 기간에 일어난 만큼 테러리즘은 신앙이나 믿음과는 상관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타튀르크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는 전 세계 어느 도시, 어느 공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모든 국가가 테러리즘에 맞서 함께 싸울 것을 요청했다.
터키에서는 최근 잇달아 테러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만 이스탄불 관광지에서 IS 소행으로 추정되는 2건의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했고 터키 수도인 앙카라에서도 쿠르드 반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차량폭탄테러가 2건 일어났다. 지난 7일에는 이스탄불 중심가에서 한창 혼잡한 시간에 경찰차를 향해 폭탄테러 차량이 돌진해 11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을 당했다.
작년 12월23일에는 이스탄불 제2위 공항인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에서 폭탄이 터지기도 했다. 이는 쿠르드 반군 소행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