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장은 약보합으로 마감됐지만 닛케이 지수는 장중 8300선대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7일 0.37%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8400엔대까지 밀렸다. 특히 지난 주말과 전일 각각 2.57%, 2.65% 떨어졌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데다가 최근 이라크전에 대한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는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전일 이라크 의회가 UN 결의안을 수용하지 말 것을 권고함에 따라 이라크전에 대한 우려감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이에따라 이날 새벽 마감한 뉴욕 증시에서 다우와 나스닥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본 내부적으로도 긍정적인 요인은 거의 없는 상태다. 은행 부실채권 처리는 지지부진한 상태고 정부가 디플레이션 방지책에 대해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증시가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로 3가지를 지적했다.
◇미 경제 전망 암울..이라크전 우려 설상가상
최근 잇따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들은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실업률은 증가했고 산업생산은 감소했다.
이처럼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함에 따라 이라크에 대한 제제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라크 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통과됐고 이라크는 이를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이라크전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가도 치솟았다.
일본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미국 경제가 가뜩이나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경우 침체정도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이와 함께 달러당 엔화는 강세를 보이며 달러/엔 환율이 11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120엔대를 하향돌파한 이후 다시 올라설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에따라 수출주들의 수익성이 타격을 받고 있다. 소니와 캐논을 비롯한 대표적인 수출기업들은 최근 내부환율 기준을 재조정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달러가 평균 115~120엔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통화당국이 과연 이러한 엔화강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인가의 여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수출 둔화세 뚜렷..내수생산도 정체
일본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주식시장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일본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수출주들은 이미 한풀 꺾인 상태며 산업생산도 강한 회복세를 보일 신호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 개인소비와 설비투자 역시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정부가 이번 회계연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채 은행의 부실채권 처리를 단행할 경우 경기 회복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수출 둔화세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출물량은 지난해 12월 바닥을 친 이후 올들어 5월까지 24% 증가했지만 이후 9월까지 4개월동안 9% 감소했다.
내수생산 역시 지난 6월 이후 정체된 상태다. 9월 내수생산은 전월대비 0.3% 떨어졌다.
게다가 2분기(6~9월) 기업지수는 주가하락으로 올들어 처음으로 악화됐다.
정부는 공공사업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한편 내년 소비자의 보호에 따른 부담을 보다 많이 지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며 파산 기업수 증가에 따른 디플레이션에 대한 압력도 높일 전망이다.
◇은행 부실채권 처리 "산 넘어 산"
지난 8일 일본 금융청(FSA)은 주요 은행들이 채권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완화된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 와중에 국제결제은행(BIS)이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강화할 것이라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무기력해졌다.
지난달말 정부는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한 기준들을 발표했지만 은행의 이연법인세차를 자산에서 제외시키는 문제에 대한 논란으로 현재 보류된 상태다. 정부가 이처럼 꾸물대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더 커졌다.
이 가운데 도와부동산개발이 지난주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일부 은행로부터 부채를 탕감받는 안을 발표하자 금융주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도와부동산개발의 구조조정안이 정부의 금융시스템 안정방안의 일환이라고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UBS워버그 증권의 수석 전략가인 히라카와 쇼지는 "디플레이션 시기에 자산가치 하락은 은행들로 하여금 부실채권 상각에 따른 대규모 비용을 감내토록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주가하락 역시 은행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이와리서치에 따르면 닛케이지수가 8500선까지 떨어지면 주요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평가 손실은 5조엔으로 확대된다.
은행들이 자산을 보강할 수 있는 일한 방법은 부실채권을 완전히 상각하고 미래에 수익성을 얻을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도이체증권의 아키바 세츠고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