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채 과다, 미 증시 대형 악재로

  • 등록 2002-10-10 오후 1:27:45

    수정 2002-10-10 오후 1:27:45

[edaily 전미영기자] 9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기업수익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하락세를 이어 갔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2.87%, 1.34% 떨어지며 5년래, 6년래 최저치를 경신했고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도 2.73% 내려 앉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상승 대 하락종목 비율은 1대6으로 지난 2000년 4월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채권시장 이동이 가속화됐으나 국채와 회사채의 양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기업실적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기업파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이날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 가격이 3% 급락, 미국 국채와의 평균 스프레드(수익률 격차)가 14%로 확대됐다. 일부 정크본드는 스프레드가 20% 이상을 넘어섰다.

투자등급 회사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6월 2.5%였던 최우량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도 5.25%로 벌어졌다. AOL타임워너의 5년물 회사채의 경우 6월 2.5%였던 국채와의 스프레드가 6.25%로 확대됐다.

트레이더들은 투자자들이 부채 비율이 높거나 실적 전망이 의심스러운 기업의 주식과 회사채에 대해 매도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사업 유지를 위한 현금 흐름이 딸려 차입을 늘릴 필요가 있는 기업들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 리먼브라더스의 선임 트레이더인 에릭 펠더는 "대규모 자금 수요를 갖고 있거나 향후 2~3년대 만기도래하는 채권이 있는 기업들이 매도 타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인 61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한 포드자동차의 회사채는 이미 정크본드로 취급되고 있다. 미국 최대 채권은행인 JP모건의 경우 보유채권 중 14억달러가 통신 및 케이블 업체에 대한 투자로 부실화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8년 파산하면서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저금리로 차입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미국 기업들의 부채는 그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재 미국 비금융권 기업들의 부채는 사상 최고치인 4조8900억달러에 달했다. 올 들어 부채 규모 증가율은 2.6%로 다소 둔화됐지만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은 더욱 약화되고 채무상환을 위한 자금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최근까지만 해도 월가의 낙관적 분석가들은 미국 소비자들이 기업 설비투자 재개시점까지 소비를 지속하면서 경제를 떠받쳐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 같은 전망도 점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모건스탠리의 선임 전략가인 에이미 폴스는 "미국 경제의 보루인 소비 부문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면서 "더블딥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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