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채권수익률이 1주일만에 30bp나 떨어졌다.(채권가격 상승) 랠리의 시작인지, 짧은 유동성 장세인지 혼란스럽지만 채권시장이 "활주로에서 막 이륙, 뒷바퀴까지 땅에서 떨어졌다"는 의견이 많다.
채권가격이 일정 고도까지 올라가서 안전하게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을까. 4월 산업활동 동향과 5월 물가 등 경제지표와 한국은행의 움직임이 변수다.
◇계류장에서 이륙할 때까지
채권가격이 들먹이기 시작한 것은 5월 중순부터다. 국고5년, 예보채 등 장기채권이 장기투자기관으로 흡수되면서 물량 공백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통안채 순상환을 강조하면서 조여놨던 유동성을 넉넉하게 풀었다. 채권공급은 줄고, 투자자금이 넘치자 여러 기관들이 채권시장이라는 비행기를 활주로까지 끌고 갔다.
◇이륙의 조건들
아무리 첨단 비행기라도 이륙은 사람 손에 의해서 이뤄진다. 비행기 엔진을 움직인 손은 5월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진 일부 투신사와 은행이었다.
지난해 물가가 낮아서 나타났던 전년동월비 효과가 5월을 고비로 약해지고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국고3년과 비교할 때 과도하게 벌어졌던 국고5년과의 스프레드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엔진이 가동되자 "유동성"이라는 항공 연료를 연소시키며 비행기가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채권을 비워놨던 기관들이 공격적으로 채권을 사들였고 딜링펀드도 가세했다. 지난주 내내 활주로를 내달린 비행기는 마침내 활주로 끝에서 이륙에 성공한다. 국고3년 수익률은 6.3%, 국고5년은 6.8%의 저항선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항공역학의 원리..속도의 차이
그러나 비행기를 띄우는 물리적인 원리는 "엔진의 힘"이나 "연료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비행기를 이륙시키는 물리법칙은 "베르누이의 정리"다.
비행기 날개는 위쪽이 아래쪽보다 더 많이 굽혀져 있어서 위아래 공기흐름의 속도가 다르다. 날개 위쪽의 공기는 아래쪽의 공기보다 속도가 빨라서 압력이 낮아지고 아래쪽 공기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려서 압력이 높아진다. 자연스럽게 날개를 떠받치는 힘이 생기는데 이것이 "양력(揚力)"이다.
지금 채권시장이라는 비행기에도 "베르누이의 정리"가 적용될 수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소비심리나 선행지수는 날개 위쪽에서 빠르게 흘러간다. 1분기에 경기가 바닥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까지 있었다.
반면 날래 아래쪽의 실물경제지표는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 수출감소가 그랬고 1분기 GDP 성장률이 그랬다. 이제 4월 산업활동에서 생산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날개 위쪽의 빠른 기대감과 날개 아래쪽의 느린 지표 사이에서 압력차가 발생하고 채권가격은 상승압력을 받은 셈이다.
◇비행기 순항의 원리
비행기가 이륙해서 일정한 고도에 오르게 되면 돌발적인 기후변화나 악천후를 만나더라도 그런대로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일정한 고도에 오를 때까지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진된다는 것이다. 선네고라는 형식으로 시장 에너지를 빠르게 소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파일럿의 기술과 연료 조절도 중요하다. 비행기가 막상 순항하려고 보니 연료가 떨어졌다면 공중 급유를 받지 않는 이상 가까운 비행장을 찾아 착륙해야만한다.
파일럿의 조종술이 서툴러서 이륙한 비행기가 균형을 잡지 못하거나 불안정한 기류를 만나 당황한 파일럿이 승객을 외면하고 자기만 낙하산을 타고 탈출하면 비행기는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채권시장의 파일럿은 일차적으로 시장참가자들이지만 지상에서 비행 관제를 하는 한국은행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29일 한국은행이 통안채 정기입찰에서 어떤 자세를 보여주느냐가 이륙 직후 비행에서 1차 고비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한다. 날개 위쪽과 아래쪽의 공기흐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실제 지표의 차이가 좁혀지면 비행기는 원리적으로 날 수가 없다. 아무리 엔진이 좋고 연료가 많아도 양력이 떨어질 조짐이 보인다면 고도를 낮추고 연착륙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