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가야리 유적'서 가야 시대 토성 배수 체계 첫 발견

고대 가야인 토목 기술 확인
토성 조성 의례 쓰인 항아리·토기 나와
13일 현장설명회·20일 학술토론회
  • 등록 2024-11-11 오전 9:53:06

    수정 2024-11-11 오전 9:53:06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아라가야의 왕성으로 알려진 ‘함안 가야리 유적’ 발굴조사에서 토성의 내·외부를 연결하는 배수 체계가 확인됐다. 가야문화권 유적에서 토성의 배수 체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벽 축조 구조와 성 내부의 대지 조성 과정도 새로 밝혀졌다.

‘함안 가야리 유적’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한 성벽을 통과하는 석축 배수시설.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13일 현장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발굴 성과를 일반에 공개한다. 오는 20일에는 ‘함안 가야리 유적’의 최신 조사·연구 성과를 지역 주민에 설명하는 학술토론회를 진행한다.

‘함안 가야리 유적’(경상남도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 586번지 일원)은 ‘함주지’(咸州誌, 1587년)와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 1656년) 등 조선시대 문헌자료에서 옛 나라의 터(古國遺基)로 기록돼 있다. 최근 지표·발굴조사를 통해 아라가야의 왕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9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함안 가야리 유적’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곡간지 성벽과 석축배수시설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이번 현장설명회에서는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가 지난해부터 가야리 유적의 북서편 곡간지(谷間地)에서 실시한 발굴조사 성과를 공개한다. 곡간지는 좁게 움푹 패어 들어간 지형으로 주변의 물이 모여 자연 배수되는 곳이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내부의 배수 문제와 습하고 연약한 지형의 특성을 고려하여 성벽과 배수체계를 조성한 고대 가야인의 뛰어난 토목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벽은 곡간지의 좁은 입구 부분을 막아 쌓았다. 판축기법으로 중심 토루를 쌓고 좁게 골이 진 성 내부의 지형을 평탄하게 하기 위해 기저부(바닥 부분)에 부엽공법을 이용해 대지를 조성했다. 판축 토루의 내외부에는 경사지게 흙을 켜켜이 다져 쌓은 내벽과 외벽을 조성해 성벽을 보강하였다.

이렇게 조성된 판축 토루의 너비는 5.5m, 내·외벽의 기저부 너비는 각각 12m, 판축 토루와 내·외벽을 포함한 기저부의 너비는 29.5m로 확인됐다. 대지 성토층 내에서는 짧은 목 항아리(단경호, 短頸壺)와 솥 모양 토기(부형토기, 釜形土器)가 발견돼 대지 조성 과정에서 일련의 제사 의례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함안 가야리 유적’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대지조성층 내 매납 토기. (사진=국가유산청)
성 내부의 곡간지로 모이는 물을 성 밖으로 배수하기 위한 석축 배수시설이 성벽을 통과하여 밖으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수시설은 너비 1.0~3.5m, 잔존 길이 16.5m이며 성벽을 통과하는 부분은 뚜껑돌을 덮을 수 있게 암거(暗渠, 땅 속에 매설한 수로)의 너비를 1m 내외로 좁게 만들었다.

성벽 밖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너비가 최대 3.5m까지 벌어지는 나팔 모양이며, 뚜껑돌이 없는 개거(開渠, 위를 덮지 않고 터놓은 수로)로 파악된다. 성 밖으로 나오면서 수로가 나팔 모양으로 벌어지게 만든 것은 물이 흐르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토성의 배수 체계는 가야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다.

20일 학술토론회는 함안박물관에서 열리며 가야리 유적의 최신 발굴성과와 아라가야의 중심지인 함안지역에 대한 연구 성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현장설명회와 학술 토론회는 누구나 별도 신청 없이 현장 등록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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