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돼서…물 조심해라” 순직 해병, 소방관 父와 한 마지막 전화

순직 해병, 대학 1학년 마치고 5월 입대
父, 실종 전날 “걱정돼서 저녁에 전화해”
“아들과 2분 통화했다…물 조심하라고”
해병대 “깊은 위로와 사과, 경위 조사중”
  • 등록 2023-07-20 오전 11:28:42

    수정 2023-07-20 오후 5:59:59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경북 예천군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숨진 해병대원의 아버지가 아들이 숨지기 전날 ‘물 조심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소방관인 아버지는 아들이 걱정돼 짧게나마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20일 오전 0시 47분께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수색 중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해병 장병을 태운 헬기가 전우들의 경례를 받으며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유가족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 A(20) 일병의 아버지 B(57)씨는 지난 18일 아들과 2분가량 전화로 통화했다.

그는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들은 지난 19일 “내가 걱정돼서 저녁에 전화했는데 어제. 2분 딱 통화를 했다. 물 조심하라고. 아이고 나 못 살겠네”라고 말했다.

아들 실종 당일 전북 남원에서 예천까지 온 B씨는 해병대 중대장에게 “구명조끼 입혔느냐. 왜 안 입혔냐. 왜. 그게 그렇게 비싼가”라고 말한 뒤 “지금 세상에 물살이 이렇게 센데,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죽겠네 정말. 기본도 안 지키니까”라고 격노했다.

함께 온 아내는 “착하게만 산 우리 아들인데… 외동아들이에요. 외동. 혼자 있어요. 혼자. 어떻게 살아요. 어디예요? 못 찾았어요?”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A 일병은 실종 14시간여 만인 19일 오후 11시 8분께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우측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여분 뒤 B씨 부부를 태우기 위해 숙소 앞 현관에 119구급차가 도착했지만 두 사람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고 한다. 일부 친척은 현관 앞에 주저앉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현직 소방관 아버지…아들, 지난 5월 해병 입대

소방 당국에 따르면 B씨는 1996년 임용된 뒤 현재는 남원 지역 안전센터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소방위 계급인 B씨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주위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일병은 B씨 부부가 결혼 10년 차에 낳은 아들로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지난 5월 해병대에 입대했다.

해병대는 20일 “호우피해 복구작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빈다.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현재 수사단에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일병 실종 당시 해병대 1사단은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고 장병들을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물에 들어갔을 때 깊지 않았고 소방 당국과 협의가 이뤄진 하천간 도보 수색이었다. 유속이 앉은 상태에서 지반이 갑자기 붕괴할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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