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영업자가 가계대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경영 목적으로 빌린 대출금을 주택구입 용도 등으로 사용하는 ‘꼼수대출’을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8일 밝혔다. 모든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대상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적정여부를 중점 점검하겠다고도 밝혔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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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이날 서울 저축은행중앙회에서 14개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이 원장은 “대출취급 시 차입목적을 철저히 심사하고 취급 후에도 ‘자금용도 외 유용’ 여부를 면밀히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여신관리가 정착되도록 단호하게 대처할 계획”이라며 불법행위에 대한 엄단 방침을 나타냈다.
자금용도 외 유용이란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을 받은 차주가 대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 목적으로 사용하는 운전자금 용도로 대출받은 뒤 실제론 주택 구입 등에 사용하는 식이다. 사업자 대출이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도 받지 않는다.
부동산 대출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도 강조했다. 특히 “전체 저축은행 PF대출을 대상으로 대손충당금이 적정하게 적립되고 있는지 중점 점검할 예정”이라고 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PF사업장의 공사가 중단 또는 지연될 경우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 부동산 대출 잔액은 2020년 말 21조원에서 올해 3월 말 32조8000억원으로 1년3개월 만에 56.2% 급증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대출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업종별 한도와 리스크 수준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과도한 자산 성장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들어 저축은행 업계 BIS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 추세”라며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이 증가했음에도 지난 3년간 총자산이 연평균 20%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이어 “건전성을 훼손할 정도로 자산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영계획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다중채무자 비중이 75%가 넘어선 점을 언급하면서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여신심사를 강화하고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2019년 말 69.9%에서 올해 5월 말 75.8%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