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인공 눈에 의존해 온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13일 폭설로 일부 경기를 연기했다.
| 베이징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눈이 쌓이 메인 프레스센터 주변을 걷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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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기상대는 이날 오전 8시 45분을 기해 베이징 전역에 폭설 경보 등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날 베이징에는 대부분 지역에 4㎜ 이상의 눈이 쌓였고, 서북부 지역에는 10㎜ 안팎의 눈이 내렸다.
베이징 뿐 아니라 수도권인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의 약칭) 지역에는 대부분 대설·폭설 경보가 발령됐다.
오전부터 계속된 눈으로 장자커우(張家口)에서 진행될 예정인 프리스타일 슬로프스타일 예선과 결승 경기가 14∼15일로 연기됐다. 중국의 설상종목 첫 금메달을 안겨주며 스타가 된 귀화선수 구아이링(19, 미국명 에일린 구)이 출전 예정이라 큰 관심을 받았던 경기다.
이날 옌칭 국립 알파인 스키 센터에서 열린 알파인 스키 대회는 경기 내내 지속된 강한 바람과 폭설 등 영향으로 총 89명의 선수가 출전해 35명이 무더기로 실격됐다. 대한민국 남자 알파인 스키 선수 정동현(33, 하이원)도 첫 출전 경기 알파인 남자 대회전에서 완주에 실패했다.
아울러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열차 10여 대가 연착되고, 징청(京承) 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가 얼어붙어 시내버스 129개 노선의 운행이 중단됐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100% 인공 눈을 사용해 운영돼 왔다. 2018 평창올림픽 때에는 인공 눈이 90%, 2014 소치올림픽 때에는 인공 눈이 80%였다.
| 미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에 포착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장 모습. 사진=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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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공개한 베이징 올림픽의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하얗게 눈이 쌓인 알파인 스키장 슬로프만 제외하면 주변은 온통 갈색을 띤 건조한 산지라는 걸 알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에 따르면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쓰이는 인공 눈을 만드는데 4900만갤런(1억8549만리터(L))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1억명 인구가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미국 CNN은 기후변화로 인해 지난 50년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21개 도시 중에 21세기 말 동계올림픽에 적합한 기후를 갖춘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환경운동가들은 물 부족 속에서 올림픽이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쏟아붓는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