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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유럽연합(EU)은 2023년까지 화이자 백신 18억회분을 추가 공급받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6억회분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틀 만에 3배에 달하는 ‘빅딜’을 연달아 체결한 것이다.
역대급 계약 규모에 올해 화이자가 유럽에서만 최대 420억달러(약 46조9350억원)를 벌어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각국의 백신 쟁탈전이 격화하면서 몸값이 높아진 화이자가 백신 가격을 올려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는 화이자가 EU에 판매할 백신가격을 60% 넘게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서 EU가 화이자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면 예상 수입 역시 당초 추산된 260억달러에서 42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주식전문분석매체 모틀리풀은 “화이자는 그 횡재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에 감사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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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AZ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의미심장한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화이자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임이 입증됐다”며 “이들은 약속을 이행했고 우리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가 당초 1분기에 EU에 공급하기로 한 6000만회분보다 많은 6800만회분을 인도한 데 이어 4분기로 예정됐던 5000만회분을 2분기로 앞당겨 공급하기로 했다. 백신 확보를 놓고 AZ와 갈등을 빚어 온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화이자를 “믿을 만한 파트너”라고 표현한 건 그간 공급 기한을 어겨 온 AZ를 향한 불신을 내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등에서 부스터 샷(3차 접종) 논의가 본격화하는 점도 화이자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화이자 측은 백신 접종이 완료된 뒤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다소 떨어지는 6개월~12개월 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3번째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부스터 샷 필요 여부를 오는 가을 전에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로리 갤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투자 메모에서 “올 가을 미국에서 접종되는 코로나19 백신 대부분은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mRNA 백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제약업계 전체가 코로나19 백신으로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은 분기당 약 180억달러(약 20조52억원)를 넘을 가능성이 크고, 그 중 화이자와 모더나가 110억달러(약 12조2254억원) 정도를 가져갈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