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 부작용·공급 지연' AZ 헛발질에…화이자 수십조원 돈방석

화이자, 2023년까지 EU에 18억회분 '빅 딜' 체결
EU 60% 인상안 수용시 최대 46조원 벌어들일 듯
AZ, 혈전 논란에 이어 납품기한 안지켜 EU와 마찰
  • 등록 2021-04-25 오후 5:09:20

    수정 2021-04-25 오후 9:42:41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화이자는 지난 19일 유럽연합에 백신 1억회분을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2023년까지 18억회분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전 세계에서 치열해지는 백신 쟁탈전에 몸값이 높아진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유럽에서 가장 먼저 사용 승인을 받은 아스트라제네카(AZ)가 경쟁에서 뒤처진 데에는 부작용 논란뿐 아니라 계약한 물량을 제때 주지 않아 신뢰를 잃은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23일 유럽연합(EU)은 2023년까지 화이자 백신 18억회분을 추가 공급받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6억회분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틀 만에 3배에 달하는 ‘빅딜’을 연달아 체결한 것이다.

역대급 계약 규모에 올해 화이자가 유럽에서만 최대 420억달러(약 46조9350억원)를 벌어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각국의 백신 쟁탈전이 격화하면서 몸값이 높아진 화이자가 백신 가격을 올려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는 화이자가 EU에 판매할 백신가격을 60% 넘게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서 EU가 화이자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면 예상 수입 역시 당초 추산된 260억달러에서 42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주식전문분석매체 모틀리풀은 “화이자는 그 횡재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에 감사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직후 유럽을 중심으로 혈전(피 응고) 등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영향이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유럽 국가 13곳에서 AZ 사용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화이자를 “믿을 만한 파트너”라고 표현했다(사진=AFP)
하지만 EU에서 AZ 백신이 미운털이 박힌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EU는 그간 AZ가 백신 공급 기한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갈등을 빚어 왔다. AZ는 올해 1분기 1억2000만회를 포함해 2분기까지 EU에 총 3억회분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1분기에는 3000만회분, 2분기에도 지금까지 7000만회분만 보내 전체 계약 물량의 3분의 1만 공급한 상태다.

EU가 AZ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의미심장한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화이자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임이 입증됐다”며 “이들은 약속을 이행했고 우리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가 당초 1분기에 EU에 공급하기로 한 6000만회분보다 많은 6800만회분을 인도한 데 이어 4분기로 예정됐던 5000만회분을 2분기로 앞당겨 공급하기로 했다. 백신 확보를 놓고 AZ와 갈등을 빚어 온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화이자를 “믿을 만한 파트너”라고 표현한 건 그간 공급 기한을 어겨 온 AZ를 향한 불신을 내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혈전 부작용 논란에 이어 납품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EU가 AZ에 등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급 지연으로 미국, 영국과 비교해 접종률이 뒤처진 유럽이 전략을 바꿔 화이자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등에서 부스터 샷(3차 접종) 논의가 본격화하는 점도 화이자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화이자 측은 백신 접종이 완료된 뒤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다소 떨어지는 6개월~12개월 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3번째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부스터 샷 필요 여부를 오는 가을 전에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로리 갤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투자 메모에서 “올 가을 미국에서 접종되는 코로나19 백신 대부분은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mRNA 백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제약업계 전체가 코로나19 백신으로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은 분기당 약 180억달러(약 20조52억원)를 넘을 가능성이 크고, 그 중 화이자와 모더나가 110억달러(약 12조2254억원) 정도를 가져갈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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