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향기로운 디퓨저, 화학 성분은 '글쎄'

  • 등록 2016-05-25 오전 10:29:47

    수정 2016-05-25 오전 10:29:47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1.유리-소다석회, 2.패킹-실리콘, 3.초-팜왁스, 파라핀왁스, 4.심지-면, 5.향료’

지난 3월 초 환경부가 연 ‘생활환경 안전정보시스템’에 나와있는 한 ‘캔들(초)’ 제품에 대한 성분 설명이다. 스틱으로 된 방향제의 성분은 더욱 간단하다. ‘1.딸기 에센셜오일, 2.톱밥, 3.식용향료’가 전부다.

생활환경 안전정보 시스템이란 지난 3월초 환경부에서 합성세제, 방향제 등 15종 생활용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연 인터넷 사이트다.

그러나 각 제품별 성분 설명 코너가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화장품 성분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보다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제품에 포함된 ‘향료’를 클릭하면 관련 부작용이나 EWG등급(미국 환경시민단체가 정한 안전도 등급)등에 대해 설명이 나와있어야 하는데 그런 최소한의 기능이 없다. 사용상 주의사항이나 성분에 대한 내용도 패키지에 있는 것을 그대로 옮긴 수준이다.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여전하지만 합성 화학 물질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최근 급속하게 커져가는 ‘향기 산업’에 대한 환경부의 관리는 지난해부터 구설수에 오르곤 했다. 너도나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방향제나 초 등 향기 제품은 사전 검토 과정 없이도 시장 진입이 가능할 정도로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탈취, 향균, 방향제 등 국내 향기 제품 시장 규모는 2조 5000억원대로 매년 1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연구용역을 통해 유럽연합(EU)에서 사용을 금지한 물질(2-메틸-4-이소티아졸린-3-온)이 탈취제·방향제 등에 사용되고 있는 것을 파악했지만 1년 넘게 방치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환경부에선 24일 주요 방향제 제조·수입기업과 안전관리협약 체결해 하반기 중 위해성 자료를 제출 받아 이를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협약에 따른 공개가 의무사항은 아니다. 환경부 측은 “현재 협조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지만 기업의 영업 비밀을 이유로 어떤 성분을 얼마만큼 공개할지는 누구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2의 옥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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