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는 일본을 빠져나가는 자금 흐름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압력에 직면해 있다. 수출기업과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엔화 가치를 올리지 않으면, 일본 경제의 금융 불안정성이 더 커질 것은 자명하다.
당초 올 가을에 BOJ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던 시장 전문가들도 슬슬 여름 금리인상설 쪽으로 갈아타고 있다. BOJ가 빠르면 다음달에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록적 엔화 엑소더스..`단카이 퇴직금 풀린다`
일본의 0.5% 저금리를 견디지 못한 일본인들이 기관의 엔 캐리 트레이드에 동참하면서, 엔화로 고금리의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일본 가계의 지난해 해외 자산 비중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46조 엔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달하는 규모다.
◇엔캐리 리스크 불감증 확산..`금리차 해소 어려워`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도 일본 경제에 부담이지만, 일본 가계의 엔 캐리 트레이드 동참은 더 큰 위험이 되고 있다. 이들은 엔화 가치가 오를 경우 해외 투자가 얼마나 큰 손실을 볼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지 못해 BOJ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삿포로시의 가정주부 다케다 미치코(46)는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 은행에 약 200만엔(1만6500달러)을 예금했다.
그녀는 오스트레일리아 은행이 연 7%의 이자를 지급하는데 반해 일본 최대은행인 미쓰비시 UFJ 은행의 이자율은 0.35%에 불과하다며 "엔화가 상승하는 위험이 있다고 해도 더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후지쯔 연구소의 마틴 슐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BOJ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때 가계가 타격을 입을까봐 우려하고 있다"며 "가계는 (엔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망각하고 있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개인들까지 너도 나도 엔 캐리에 뛰어들면서 일본인들의 엔 캐리 리스크 불감증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당분간 금리차를 해소하기는 어려워 개미들의 엔 캐리 트레이드는 계속될 것이란 점도 문제다.
◇BOJ 다음달 금리 올릴까..`엔 상승 미룰 수 없어`
BOJ는 `엔화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엔화 가치를 빨리 높여야만 하는 상황. 시장 전문가들은 BOJ가 빠르면 다음달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BOJ 출신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크레디트 스위스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금리 행동을 취해야만 할 지점에 도달하고 있다"며 "일본 밖으로 자본이 너무 빨리 흘러나가고 있어, 일본 경제를 환율 변동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회생하는 일본 경제에 엔화 가치 상승은 디플레이션보다 더 위험한 덫이 될 수 있다. 지난 1998년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에 엔화 가치는 약 두 달 만에 20%나 폭등한 것처럼, 일본 경제는 엔 캐리 트레이드로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 상황이다. 엔화의 급등으로 일본이 다시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도 있다.
금리인상으로 엔화 가치를 서서히 올리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수출 경기를 해칠 수 있고, 자칫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부를 수도 있어 BOJ는 금리인상 속도를 고심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시라이시 히로시 이코노미스트는 "엔 상승은 수출부터 시작해 경제의 전체 사이클을 해칠 수 있어,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은 엔화 가치를 바닥에서 끌어올리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를 비롯해 각종 지표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여름 금리인상설이 시장에서 점차 힘을 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단기 금리에 비춰 볼 때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은 BOJ가 7월 참의원 선거 뒤인 8월이나 9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