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민의 `부자는 돼지꿈만 꾼다`)흥청망청 안합니다

  • 등록 2004-12-17 오후 3:21:10

    수정 2004-12-17 오후 3:21:10

[edaily 홍정민기자] "삼겹살이 뭡니까" 최근 한 금융회사 PB가 고객에게 저녁으로 `소주에 삼겹살`을 권했다가 돌아온 무안한 대답입니다. 50대의 이 고객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어본 적 없다고 합니다. 비단 이 고객뿐 아니라 짬뽕이나 감자탕을 모르는 고객들도 간혹 있다고 하니 농담이나 과장은 아닌가 봅니다. 또 다른 은행 PB는 고객의 대부분이 소주는 절대로 마시지 않는다고 전합니다. 금융회사, 특히 은행 PB 고객들 중에는 60대 노인이 많은데 태어날 때부터 `귀하게 자란` 분들이 대부분이니 술도 서민적인 것은 입에도 안 대는 겁니다. 자수성가한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고생하던 시절을 생각하며 소주를 찾을 법도 하지만, 오히려 옛 생각이 난다며 꺼린다고 하네요. 술자리에서도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고 싶은 욕망의 발로일 수도 있겠습니다. 한 때 은행이나 증권사 PB센터에서 `선물주기`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고급 와이셔츠나 와인, 골프공, 식기 등 선물을 제공하면서 서비스를 차별화하려는 전략인데요. 하지만 선물하기도 쉽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부자들의 취향이 워낙 `고급`이라 웬만한 것으로는 만족시키기가 어렵다는 거죠. 한 은행 PB는 "한번은 고객분께 선물을 드렸더니 `이런 거 밖에 없어?`라며 핀잔을 들은 적도 있다"면서 "숟가락 하나도 명품으로 선물해야 한다"고 한숨을 쉽니다. 그는 "문제는 선물을 하지 않으면 섭섭해하고, 한다고 해도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부자고객 취향 맞추기의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처음에는 너도나도 `선물주기`에 열중하던 은행 PB센터들이 최근에는 자산관리 역량제고에 보다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부자들의 고급 취향과 무관치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을 볼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자들은 차별화된 고급 서비스를 원하지만 만족스러울 경우 이에 대한 대가를 100% 지불한다고 합니다. 한 은행 PB는 “돈이 많다는 것과 돈을 쓰는 것은 별개”라면서 “부자 고객들은 쓸모없는 것과 가치있는 것을 확실히 구분하며 가치개념이 철저하다”고 말합니다. 장관, 법조인 등 명문가 출신 고객이 많다는 또 다른 PB는 “우리 고객 가운데 벼락부자나 소위 `졸부`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면서 “한남동, 평창동 등에 많이 사는 전통적 부자 고객들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돈을 무조건 펑펑 쓰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만족할만한 서비스나 좋은 물건에 대해서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전합니다. 식당에서 식사 한끼를 하더라도 서비스나 음식이 마음에 들 경우에는 팁을 넉넉하게 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짜다고 하네요. 이처럼 철저한 가치 개념에 입각한 생활 습관이 몸에 배다 보니 술자리는 거의 갖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업상 꼭 필요한 자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여가시간은 운동을 하거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요즘같이 연말 술자리가 잦은 시기에도 부자 고객들은 흥청망청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은행 PB 고객 중에는 기업의 고위 경영자가 많은데 연말 회식이 있더라도 술은 한, 두잔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건강관리를 위해, 편안한 회식 분위기를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역시 부자가 되려면, 또 부를 유지하려면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수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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