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교수 “당뇨 환자, PLGS 기능 필수…데이터 사용은 환자 권리”

  • 등록 2024-07-17 오전 9:37:22

    수정 2024-07-17 오전 9:37:22

[이데일리 김진수·김새미 기자] “당뇨 환자에게 저혈당이 자주 오면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인슐린펌프에 탑재된 저혈당 예측 주입 멈춤(PLGS) 기능은 필수적이다.”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지난 15일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당뇨병 환자로 구성됐다는 시민연대에서 당뇨병 환자에게 꼭 필요한 PLGS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사진=삼성서울병원)
김 교수가 지적한 단체는 ‘당뇨병 환우와 함께하는 시민연대’(이하 당뇨연대)다. 이 단체는 국내 인슐린펌프 제품에 탑재된 PLGS 기능이 불법일 뿐 아니라 이를 구동하기 위한 오픈소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허가 받지 않은 상태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PLGS 기능이 포함된 인슐린펌프 제품 허가 취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PLGS는 인슐린펌프 기능 중 하나로, 환자의 혈당이 저혈당 우려가 되는 구간까지 떨어지면 인슐린 주입을 선제적으로 중단해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와 위험을 막아주는 기능이다. 국내 인슐린 펌프 제품 중에서는 지투이(G2E)의 디아콘 G8가 유일하게 해당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선 연속 혈당 측정기(CGM) 등과 연동이 필요한데, CGM 제조사들이 공식 배포·공급한 어플만으로는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려움이 있고 불편해 지금까지 당뇨 환자들은 오픈소스 앱 Xdrip+, Shuggah, Spike, Glimp, Tomato, LinkBluCon 등을 사용 중이었다. 그러나 해당 앱은 식약처의 공식적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로, 당뇨연대 측에서 이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김 교수는 “1형 당뇨 뿐 아니라 2형 당뇨 환자 중에서도 췌장 기능이 심하게 저하돼 인슐린 분비가 안되는 경우 인슐린펌프를 사용한다”며 “특히 수면 중에 저혈당이 오는 경우가 많아 위험성이 더 높은데 PLGS 기능으로 미리 멈춰 주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저혈당은 일반적으로 혈당이 50㎎/㎗ 이하일 때를 말한다. 정상인의 경우 혈당이 공복시 60~120㎎/㎗, 식사 2시간 후 140㎎/㎗ 이하로 유지되는 것에 비해 더 낮은 것이다. 저혈당증의 증상에는 기운 없음, 떨림, 현기증, 가슴 두근거림 등이 있다. 저혈당증이 오래 지속되면 경련이나 발작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하면 쇼크 상태까지 가 의식을 잃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일반인과 비교해 당뇨 환자에게 저혈당 쇼크가 오면 젊은 나이에도 사망할 확률과 위험이 5~10배 정도 높아진다”라며 “저혈당 쇼크가 두려워 혈당을 높게 조절하면 고혈압 합병증이 오기 때문에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뇨연대의 ‘CGM 제조사 허가 없이 무단으로 데이터를 사용해 환자 건강에 위협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잘못된 주장이며, 현 상황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유통 중인 PLGS 기능 포함 인슐린펌프, ‘디아콘 G8’의 경우 사용 전에 환자 스스로 CGM과 연동하는 것에 동의해 사용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환자 개인정보 등과 연결지어 문제를 제기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수많은 당뇨 환자를 진료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 당뇨연대에 가입돼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당뇨연대는 특정 집회 이외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인터넷에서만 활동하는 유령단체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당뇨 환자에 대한 정부의 더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CGM과 인슐린펌프 제품을 연동할 수 있는 FDA 허가 공식 앱이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족해 이런 논란이 생기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당뇨 환자들의 의료기기 선택권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미국은 당뇨 환자 첫 진료시 의사가 4시간 동안 CGM과 인슐린펌프 사용법 등을 교육할 수 있도록 수가가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1시간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환자들은 별도의 교육을 받지 못하니 CGM과 인슐린펌프를 연동해 사용하는 환자 비율이 10명 중 1명 정도에 그쳐있으며 고령 환자들은 사실상 치료 기회마저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데일리는 당뇨연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준형 사무국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와 문자 모두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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