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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장은 지난 1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 방침과 관련해 정부가 의지를 드러내 이끌고 가는 ‘탑타운(하향식)’ 방식의 추진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만개 넘는 지자체 조례가 발목”
KDI 규제연구센터는 규제를 도입할 때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추산해 규제가 과도한 비용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검증하고 정부에 의견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양 센터장은 센터 내 제도연구실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센터를 이끌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단을 맡고 있고 한국규제학회 대외협력위원장도 역임하고 있는 규제 제도 전문가다.
정부는 규제 혁신 추진단 구성, 규제심판부 신설, 부처별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 신설 등 규제 개혁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양 센터장은 “규제 개혁은 위에서 끌고 가야 하는데 (지지율이 높은) 임기 초기에 진행해야 하는데 지금 단계에서 하향식으로 제도가 잘 짜여 있다”며 “이제 이 제도를 잘 운용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평가했다.
국가 성장동력 관점에서 봤을 때 규제 개선이 가장 시급한 쪽은 특정 분야가 아니라 여러 산업을 융복합해 나타나고 있는 신산업으로 꼽았다.
양 센터장은 정부가 철폐를 강조한 ‘그림자 규제(보이지 않는 규제)’보다는 각 지자체에 숨어 있는 조례들이 실제 민간기업들의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 요소라고 지목했다.
그는 “4만개 정도인 중앙부처 규제는 그래도 관리가 잘 되는 편이지만 지자체 조례는 10만개가 넘고 정확히 파악하기도 힘들다”며 “규제 샌드박스에서 호평을 얻어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려다가 조례에 막혀 무산된 사례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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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지자체의 조례와 암묵적인 지역의 규칙까지 고려하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각 조례를 적용하는 시청·도청 등이 움직여야 할텐데 그러기 위해선 중앙부처 차원에서 규제 개선의 분위기를 적극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뒤로 갈수록 힘 사라져, 초기 동력 삼아야”
역대 정부에서도 규제 개혁은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지만 별다른 큰 성과를 보지는 못했다.
이해관계자들 사이 갈등 조정은 규제 개혁에서 큰 걸림돌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승차공유플랫폼인 ‘타다’나 ‘우버’ 등이 기존 택시업계 등의 반발을 사면서 사실상 무산되기도 했다.
양 센터장이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다고 꼽은 분야는 의료다. 그는 최근 한 간담회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장 중요한 분야가 무엇이냐”고 물어 “의료”라고 답했는데 이는 사실상 ‘가장 어려운 분야’를 지칭하는 의미였다.
양 센터장은 “금산분리나 모빌리티 등은 그래도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의료 분야는 길게는 20년 가까이 개혁 반대 입장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1차 의료기관 관련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고 건강관리 서비스 등도 개혁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규제 개혁에 있어서 민간과 협력이 중요하지만 이해관계 조정 등에서는 정부가 주도해야 불확실성을 줄고 추진력을 키울 수 있다고 양 센터장은 제언했다.
그는 “민·관 합동의 취지는 좋은데 민간이 의견을 제시하면 혁신안은 정부가 책임을 지고 중재자 역할을 직접 해야 할 것”이라며 “정책 조정을 총괄하는 국조실의 역할도 중요하겠고 경제 규제에 있어서는 기재부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용현 KDI 규제연구센터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 석사 △미국 UCLA 경제학 박사 △KDI 규제연구센터 제도연구실장 △KDI 시장정책연구부장 △現 공정위 자체평가위원회 △現 공정위 경쟁정책자문단 △現 현재 한국규제학회 대외협력위원장(공동)